[2004 미국대선] 사그라든 '딘風' … 다시 4龍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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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관문인 아이오아 코커스(당원대회)는 대혈전이다. '수십년 만에 가장 치열한 선거전'이라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현직인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맞설 만한 인물이 나오지 않아 민주당원들의 참여도 낮고 열기도 떨어질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선거는 19일 아이오아주 99개 카운티의 1천9백93개 선거구에서 치러진다. 4년 전 2000년에는 아이오아주 민주당 등록 당원 53만명 가운데 6만1천명만 참가했다. 올해는 10만명 이상이 투표장에 나올 전망이다.

민주당은 "미국 정치에서 실종됐던 풀뿌리 민주주의가 재현됐다"면서 이 같은 선거 열기를 타고 선출된 민주당 후보가 난공불락 같은 부시 대통령의 아성을 깨뜨려주길 고대하고 있다.

◆왜 이리 뜨거운가=극적 반전의 기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여론조사 때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30%의 지지로 1위였다. 딕 게파트 하원의원(미주리)은 23%,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18%,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11%를 얻었다.

그러나 선거를 나흘 앞두고 발표된 조그비 인터내셔널 조사에선 3등이던 케리 상원의원이 21.6%를 얻어 선두로 부상했다. 딘 전 주지사와 게파트 하원의원은 똑같이 20.9%를 얻었고,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17.1%다. 네 후보가 모두 오차범위(±4.5%포인트) 안에 들어있어 이론적으로는 동률이다.

이유는 또 있다. 일부 후보가 아이오아 코커스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에도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었던 게파트 하원의원은 당시 아이오아에서 선두를 차지했었다. 그는 '아이오아에서 1등을 못하면 사퇴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독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딘 전 주지사가 급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 선두주자였던 케리 상원의원은 아이오아에서 1등이나 2등을 못하면 선거전을 끌고갈 여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딘 전 주지사는 첫 선거에서 선두를 차지해야 '딘풍'(風)을 입증하는 것이고, 그 여세를 타면 일사천리 선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들의 전략은=각자 비장의 무기가 있다. 딘 전 주지사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최대 자산이다. 미 전역에서 3천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아이오아로 몰려왔다. 2002년 한국 대선 때의 '노사모'를 방불케 한다. 미 중부 농업지역 아이오아에서는 인터넷 사용인구도 많지 않다. 가가호호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게 최선이다. 딘 캠프에선 3천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민주당 당원 20만명을 접촉한다는 계획이다.

월남 참전용사인 케리 상원의원은 아이오아주의 2만6천여 참전용사들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케리 상원의원은 참전용사의 이미지에 걸맞게 15일 헬리콥터를 타고, 부조종사 역할도 해가면서 아이오아 전 지역을 순회했다.

게파트 하원의원은 아버지가 트럭 운전사였던 전력에다 본인도 친 노조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노동조합 그룹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아이오아주 전체의 9만5천명 노조원들 중 1만5천명만 투표장으로 끌어내면 선두를 차지한다는 게 게파트 캠프의 계산이다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젊음과 참신함을 앞세워 아이오아에서는 2위나 3위를 하고, 다른 주자들이 탈락하고 난 뒤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과는 별개로 유력한 경쟁자인 웨슬리 클락 전 나토 사령관과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은 아이오아주 경선을 포기한 채 두번째 경선주인 뉴 햄프셔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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