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에서>미술시장 경기회복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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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입니다.학이 여섯마리 날고 있습니다.자 얼맙니까.』 『천사백.』 『1천4백만원 나왔습니다.』 『천육백.
』『천육백.』 『1천6백만원 두사람입니다.』 『천칠백.』 『1천7백만원 나왔습니다.없습니까.1천7백,1천7백,1천7백만원 낙찰됐습니다.』 17일 오후3시 인사동 한국고미술협회 특설전시장에서 열린 경매전은 낙찰을 알리는 방망이 소리와 함께 초반부터 후끈 달아 올랐다.
맨처음 오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1천7백만원에 낙찰되면서 시작된 한국고미술협회 주최「癸酉送年 고미술품 교환경매전」은 1시간40분간 진행되며 매물로 나온 93점중 절반이 넘는 47점이낙찰,2억5천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협회회원들의 교환전형식으로 열린 이번 경매전은 올 겨울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술시장의 분위기와 맞물려 기대이상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고미술협회 韓기상회장은 『고미술시장이 아직 침체를 벗어난것은 아니지만 경매의 열기로 봐서 기대심리는 대단히 큰 것같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에 바깥기온과 달리 훈풍이 불기 시작한다는 조짐은 여러곳에서 찾아볼수 있다.금융실명제로 잔뜩 위축돼 있던 매매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실제 연말화랑가는 어느때보다 활기에 차있다.인사동과 강남의 화랑주인들은 11월이후 고객과 컬렉터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로 미뤄졌던 대형전시들이 앞다투어 열리고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꾸며진 소품전과 판화전도 줄잡아 20여개 정도 기획돼 전에 없이 활발하게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사동의 한 화랑주인은『화랑도 고객도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말로 최근 발걸음을 돌려 찾아오는 고객들의 태도를 표현했다. 길게는 3년정도 미술시장에 불황이 지속되면서 알게 모르게 미술품가격 재조정이 이뤄지고 소품과 판화시장도 나름대로 형성돼 시장회복의 기반은 이미 마련된 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80년대말 미술시장붐시대에 형성된 미술시장의 규모확대와미술품에 대한 관심의 일반화가 최근들어 미술계에 긍정적 요소로작용하면서 부메랑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젊은 작가시장.소품시장.판화시장등 지난 몇년간의 불황기에 이뤄진 미술품시장의 세분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고미술시장도 내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기상 고미술협회회장은『내년부터 협회가 앞장서 다양한 가격대의 고미술품들을 적극 소개해 고미술시장에도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말한다.
또 2개월마다 경매전을 열고 일반인에게도 경매에 참가할 길을마련하는등 고미술품시장에 활기를 끌어들일 예정이라고 했다.
인사동의 한 고미술상은『고미술품 컬렉터들의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몇차례의 대규모 컬렉션 이동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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