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입무엇이문제인가>1.군수시스팀 개혁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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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3억원의 국민 혈세를 어처구니없이 떼인 이번 무기 수입 사기사건은 한국군 軍需 시스팀의 현주소를 나타내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번에 프랑스 무기상인이 납품하기로 되어있던 탄종은 세가지였다.이들은 각각 90㎜ 대인용 무반동총 산탄,M-444로불리는 1백5㎜ ICM탄,M-449로 불리는 1백55㎜ ICM탄이다.ICM탄이란 포탄속에 수십개의 수류탄이 들어있 어 딱딱한 지면에 떨어져야만 사람 높이까지 튀어 올라 폭발하는 탄이다.미국이 생산했다가 30여년전 폐기한 탄들로 프랑스에선 단 한번도 생산된적이 없다.
1백5㎜ ICM탄과 1백55㎜ ICM탄은 80년대초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상당한 예산으로 개발한 적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차 부대시험 결과 효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재시도를 포기해버렸다.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들이 이미 구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시효가 지난 것들을 개발했다가 무산된과제는 이것 말고도 여러개 있다.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탄약을 한국군이 굳이 구매하려 한것도 잘못이다.
한국군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온갖 구형 탄약들을 도맡아 한국 예산으로 관리해주고 있다.이는 WRSA탄이라 불리는 전쟁예비 재고탄이다.이중에는 이번 사기사건과 관련된 구식 탄약들이 많이 들어있다.그 WRSA탄을 전시에 사용하려면 훈련용으로 구식탄약이 필요하다고 軍은 생각한듯 하다.이번 「사기거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자 또는 원천 구매원과 직거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더구나 프랑스에서는 한번도 생산해본 적이 없는데도 프랑스 상인에게 낙찰시켰다는 사실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은행의 과실도 상당하다.은행의 공신력은 정확성에서 생긴다.軍에 구두로 문의하기전 은행은 은행으로서의 임무가있다.신용장이나 선하증권에 점 하나만 틀려도 그 서류가 충분히증빙되기 전까지는 돈을 지불할수 없다.
은행은 은행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설사 은행이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국민의 세금을 수탁한軍이 자신의 책임까지도 은행에 미루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군의신뢰를 허무는 행동이다.문제는 이러한 탄약이 소요 제기됐다는 사실로부터 발단되었다 하겠다.
「栗谷사업」문제는 그래도 덩치가 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그러나 일반 군수물자 조달은 지금까지도 관심의사각지대로 남아 있다.여기에서 비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軍은 은닉하기에만 바빴다.이러한 사기거래 은닉사례는 예 전에도 종종있었다.시스팀을 신사고적으로 개선하려면「은닉 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
개혁을 군수인들에게 맡기면 개선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그들은 의지도,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이제 외부의 시스팀 전문가들에게 처방전을 의뢰해야 할 때다.
선진軍 군수분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효율성 증진이다.
엄청난 기법과 소프트웨어가 동원된다.그러나 한국군에서는 이러한주제가 낯설다.
군수는 한국군 중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다.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그것은 군수본부.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산업기구.품질검사소를 모두 합쳐 전문인들과 과학인들을 통합운영하는 案으로 집약돼 있다.
지금의 軍 지휘팀은 개혁에 대한 어느 정도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이번 사건은 지휘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예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팀으로 인한 사고다.이러한 일로 군의 지휘부가 바뀐다면 문민정부가 시스팀 개념을 모르기 때문일것이다.단지 지금의 지휘부가 시스팀적 근본 치유방법을 모색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지휘부 교체가명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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