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막판 회동」에 한가닥 기대/UR협상 테이블 안팎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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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민 대표 여자통역 삭발에 내외신기자 놀라/타결시한 사흘 앞두고 협상 주역들 “초비상”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타결이 임박함에 따라 제네바에는 협상 주역들이 속속 도착,연쇄회담을 갖는 등 긴장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한국은 미국과 농산물·금융·공산품 시장접근 분야에서 최종 실무접촉을 갖고 입장을 조율했는데 한국은 쌀시장 보호,미국은 금융시장 개방에 각각 주안점을 두면서 힘겨운 줄다기리를 했는데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문이 많아 한국의 쌀수입 동결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게 중론이다.
○…UR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협상 일정 자체가 전체적으로 하루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초 참가국들은 협상 일정을 12일까지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으나 미결쟁점들이 많아 13일까지 막바지 토론을 계속하고 14일 초읽기에 들어가서야 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 대표,브리튼 EC(유럽공동체) 집행위원,서덜랜드 GATT 사무총장 등은 11일 제네바에서 비밀회동을 갖고 타협을 위한 마지막 의견절충을 폈다.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은 한미간 쌀시장 협상과 관련,『요 며칠새 힘든 협상을 계속해왔다』면서 『미국이 우리의 쌀수입 동결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힘들 것 같다』고 실토.
허 장관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쌀협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처럼 설명하고 『미 무역대표부는 기본적으로 상대국가에 무엇을 주기보다 빼앗아가는 기관』이라면서 12일로 예정된 마이크 에스피 미 농무장관과의 협상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
○…한국대표단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허 장관과 캔터 대표,허 장관과 에스피 장관과의 회동이나 아직 이 두가지 협상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허­에스피 협상은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11일(현지시간)에라도 열릴 수 있는 것으로 관측돼 한국 보도진이 비상상태.
캔터 대표와의 회동은 현재 그의 바쁜 일정으로 미뤄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캔터 자신이 허 장관과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게 협상대표단의 분석.
정부 당국자는 『허­캔터 회동이 이뤄질 경우 한미간의 막판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했다.
○…6일 제네바에 도착,연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앞 광장에서 쌀시장 개방반대시위를 벌여온 농민 대표 10여명은 삭발한채 11일 GATT 본부로 몰려가 혈서를 쓰는 등 쌀시장을 지키기 위한 막바지 시위.
이들은 GATT 본부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GATT 사무총장 비서실장이 나와 이를 저지하자 정문 입구에서 『GATT는 공평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다 이들중 김기순(전남 영광농협조합장) 이상구(충북 보은 탄부조합장)씨가 면도칼로 손가락에 피를 내 「쌀시장 개방 결사반대」라고 혈서를 썼다.
김씨는 혈서도중 『우리 농민이 죽어가는데 손가락의 피가 문제냐』면서 『쌀은 민족의 혼이 담겨있는 역사적 자산인 만큼 UR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흥분.
이에 앞서 농민 대표들의 통역을 맡아 시위때 불어로 구호를 외쳐온 장정애씨(여)가 태극기앞에서 삭발을 단행,내외신 기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제네바=이장규·박의준·고대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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