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TV 창사특집극 명태-노인문제 공감대 불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흔히 노인드라마는 노인과 자식간의 갈등을 부각시켜 노인은 「모셔야 될 존재」라는 예견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3일밤 방영된 MBC-TV 창사특집극 『명태』는 노인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크게 달랐다.노인을 삶의 현장에서 밀려나 자식들의 부양을 받아야 할 계층이 아니라 단지 나이가 70일 뿐 여전히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인간으로 그렸 다.
권위적이고 투정이 심한 노인(장민호).남편때문에 평생 가슴졸이며 살다 「오장육부가 썩어」암으로 죽는 그의 아내(정혜선).
장민호는 평생 타박해온 아내가 암 선고를 받고 난 다음에야 아내가 「진주조개」임을 깨닫는다.
아내가 죽은뒤 슬픔을 못이겨 자살을 생각하고 바다로 간 그는어린아이들의 맑은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온다.집에서는 손주의 탄생이 그를 기다리고….
생명의 소멸과 탄생을 지켜보며 새로운 삶에 눈뜨는 장민호의 방황기는 마치 성장소설의 20대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명태』는 또 노부부 관계를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구성에서 유추해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모성만 먹고자란 한국남자.그래서 어머니에게처럼 아내에게 투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권위를 대물림하는한국의 가장.이때문에 평생 참으며 살아야 했던 어머니.
이 드라마는 지금의 중년들에게 가족에 대한 기억의 원형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그리고 그 가족관계의 그늘까지 살포시 보여주면서도 비아냥거림 없이 그 어둠을 아프게 껴안았다.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 반항했다는 장남의 발언은 많은 중년의 추억어린 목소리일듯 싶다.
『명태』가 연령을 넘어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낸 것은 가장 보편적인 우리 정서의 뿌리에서 노인들의 인생을 이끌어냈기때문일것이다.
두 원로배우의 연기같지 않은 연기,절제된 대사,비유와 암시로이어지는 빠른 장면전환도 눈물을 흘리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상상의 여백을 제공했다.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