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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제국전쟁박물관,戰時의음식展 눈길-경기침체 고민 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시가를 입에 물고 느긋이 미소짓는 냄비 모양의 윈스턴 처칠과 험상궂은 인상을 한 주걱 모양의 히틀러」.
2차대전의 두주역을 나란히 풍자화로 그려놓은 포스터에는「처칠과 함께할 때의 오늘-히틀러 치하의 내일」이라는 설명 아래「초라한 음식이 굴욕보다는 낫다」는 구호가 적혀있다.
英國 런던의 제국전쟁박물관은 2차대전 당시의 음식과 식량배급제를 주제로「戰時의 음식」展을 내년 5월2일까지 개최하고 있다.특히 이번 전시회는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매는 영국인들의 고민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박물관측은 전쟁 당시의 부엌과 식료품점을 그대로 재현하고 스팸(Spam)통조림.빵.소금에 절인 대구포.『1945년을 잊지말자』라고 쓴 계란등을 전시,궁핍했던 시대상황을 상기시키고 있다. 기념품판매점에서는 40년대식 음식법을 설명한 요리책과 말라버린 우유.계란이 그려진 기념카드를 판매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회는 당시의 식량사정과 영국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등을 분석한 자료등도 전시하고 있다.전시된 자료에 따르면 39년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영국은 전체식량의 3분의 2를 외국에서 수입해오고 있었다.開戰 즉시 배급제에 관한 안내서가 발행됐으나 본격적인 배급제는 40년1월부터 실시됐다.
급식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분배되고 값도 저렴한데다 영양분도 적절해 절반가량이 영양부족 상태에 처해있던 빈곤층은 섬유질.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이 향상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쟁기간중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 방공호의 지붕위에는 흙을 덮고 상추를 심어 호를 견고하게 하는 한편 식량도 얻는 지혜를 발휘했고 호 안은 버섯 재배지로 일구었다.왕실 저택인 윈저城의정원이 영국내 최대의 밀경작지로 전용됐다는 일화 도 소개하고 있다. 45년 종전이 됐으나 배급제는 지속됐다.46년부터는 전쟁 당시에도 배급제에서 제외됐었던 빵이 2년동안 배급제 품목에들어갔다.차는 52년까지,설탕과 계란은 53년까지,고기류는 54년까지 배급제가 계속됐다.
배급제는 모든 영국인을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로 만들었고 미래의 평등을 약속했다고 자료는 긍정적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영국인들은 48년 전의 궁핍했던 시절에서 오늘의 불황을이기는 지혜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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