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백악관 만찬/전례없는 국빈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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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언론들 “「공식」 수준 넘어선 것” 특필/“YS 좋아한다” 별미 쇠고기요리 준비
미국 언론들은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다룬 한미 정상회담보다 23일 저녁에 있었던 김영삼대통령을 위한 백악관 만찬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미 언론들이 이처럼 「조정이 빗나간」 보도를 하는 것은 이날 만찬이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이후 간소화된 외빈 접대방식에서 벗어나 매우 화려하게 진행됐기 때문.
미국 언론들은 이날 만찬이 클린턴 대통령이 폐지한 국빈 만찬이었느냐,아니면 단순한 공식만찬이었느냐에 초점을 맞추면서 행사내용으로 보아 『공식적으로 공식만찬이었으나 내용은 국빈만찬』이라고 결론지었다.
백악관은 한번도 이날 만찬을 국빈만찬이라고 부른 적이 없으며 공식만찬으로만 발표해왔다.
실제로 과거의 국빈만찬과 비교해 볼때 백악관 현관까지 붉은 양탄자가 깔리지 않았으며,미국 대통령이 손님을 맞으러 백악관 현관까지 나가지도 않았고,백악관 정원에서 갖는 환영행사도 없었으며,외국원수에 대한 21발의 예포도 없는 등 이날 만찬은 형식상 공식만찬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백악관 계단의 붉은색 양탄자,가지수가 많은 최고급 요리,사치스러웠다는 평을 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 구입한 1인당 18개짜리 국빈용 레녹스접스,화려한 실내장식,1백36명의 미국내 최고 저명인사 참석 등은 이날 행사가 공식만찬 수준을 크게 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결론이다.
신문들은 또 이날 만찬의 주인인 클린턴 대통령이나 주빈인 김 대통령 모두가 건배하면서 이날 행사를 『국빈만찬』이라고 불렀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날 만찬이 이처럼 예외적으로 치러진 것과 관련,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클린턴 대통령 부처는 당시 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환대에 특별히 감격했으며 백악관 안주인 힐러리여사가 그에 대한 답례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우기다시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힐러리여사는 이날 만찬을 위해 수주일전부터 직접 메뉴를 점검,백악관내 전문요리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 요리사에게 자문해 음식을 마련하고 행사날은 자신이 직접 주방을 점검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쓴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여사는 또 김 대통령이 쇠고기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백악관 행사 메뉴에 전례가 드문 「독특한 쇠고기요리」를 전문요리사에게 주문해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미 언론들은 요리도 요리지만 이날 만찬에 초청된 인사들의 면면으로 보아 이날 행사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초청인사와 관련,미 언론들은 전 공화당 대통령시절에는 누가 백악관 만찬 초청자명단에 들어있느냐가 화제였으나 이번에는 누가명단에 빠져 있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 초청된 1백36명의 초청대상에는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나 연예인,공화당 의원,「시비 잘거는 말썽꾼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모두 빠져 있었다.
이는 이날 행사가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연 국빈만찬인데다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법안 의회통과를 자축하는 성격도 있으며 힐러리여사가 「고생하는 대통령 남편」에 대한 특별서비스를 계획한 점도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모범적 아시아 지도자」로 꼽히는 김 대통령의 「민주주의 투쟁경력에 대한 칭송」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미 신문들의 소개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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