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배치표 포기하는 고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본고사·수능·내신 등 변수너무 많아/수험생이 성적·적성으로 진로택해야
대입 수험생들의 지원대학·학과 결정에 기준이 되어온 「점수별 대학·학과 배치표」가 재수학원과 일선고교에서 사라지게 됐다.
수험생 스스로가 자신의 성적을 요모조모 따져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소신지원」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전형 새로운 형태의 입시제 도입에 따라 대학마다 ▲본고사 실시여부 ▲내신과 수능시험 성적의 차등반영 ▲영역별 가중치 적용여부가 모두 달라 개인의 성적 특성에 따른 객관적 기준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차모집,대학복수지원,대학내 학과 복수지원 허용 등 말그대로 무궁무진한 변수들이 산재해 개인별 진학지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져 버렸다. 종로학원 이영덕 학력평가 실장은 『이번 수능시험에 따른 배치표 작성은 변수가 너무 많아 복잡해질 뿐만아니라 몇몇 부분은 통계가 불가능하다』며 『일선학교에서 전문기관의 배치기준을 요청하고 있으나 어떤 기준도 의미를 갖지 못하는게 이번 입시의 특징』이라고 어려움을 실토했다.
가령 서울대 자연계와 고려대 자연계 지망 학생은 수능시험 외국어(영어)영역의 점수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이 과임에도 불구하고 본고사를 보지않는 외국어의 가중치를 각각 2백%,2백50%를 적용하기 때문에 그 비중은 언어영역 성적의 4,5배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대학 전형일이 1월6,7일에 몰려있으나 전형일이 다른 성균관·외국어·동국대 등의 경우는 복수지원이 몰려 의외로 합격선이 껑충 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때문에 사설학력 평가기관인 중앙교육 진흥연구소 최동준 연구개발 본부장은 『새로 생긴 다양한 변수 때문에 13년간 누적되어온 자료는 이제 휴지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거기에다 2차 수능시험성적이 폭락해 1차 성적만이 유효하게된 상태에서 본고사를 준비하던 학생들과 그렇지 않던 학생들이 상당수 자리바꿈을 하리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추가됐다.
H고 양모 교사는 『개인마다 사정이 너무 달라 신중한 개인별 면담이 필요한데도 성적발표 이후 면담시간이 짧아 사상최대의 혼돈을 겪고 있다』며 『결국 수험생 스스로가 자기 성적을 면밀히 분석해 가장 유리한 길을 찾는게 승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