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타결 촉구선언 각론 놓고 시끌(APEC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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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무역투자위 의장국 출마표명… 한때 혼선/북한핵 거론할 미·중 정상회담에 관심집중
○…5개 회원국의 외무 및 통상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아침 시애틀 시내 웨스틴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APEC) 각료회의는 전날밤 미 하원을 통과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
의장을 맡은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의 『NAFTA의 통과로 확신을 갖게 됐다』는 인사말에 각국 장관들은 모두 축하의 뜻을 전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부드러운 분위기속에 실질적인 토의가 이뤄지도록 회의를 이끌어갔는데 멕시코 등의 신규가입여부에 대해서도 『어젯밤 리셉션에서 모두가 그렇게 의견을 모았으니 오늘 또다시 거론할 것 없이 확정된 것으로 하자』며 간단히 매듭.
○…TIF 선언문의 무수정 채택에 따라 한국측은 초대 무역투자위원회 의장국을 희망,사전 로비작전을 벌였었는데 한때는 필리핀이 경쟁국으로 떠올라 긴장. 여러가지 여건이나 능력으로 보아 한국이 이 기구의 초대 의장국에 최적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었으나 막판에 필리핀이 의사를 표명하는 바람에 약간의 혼선을 겪었다는 것.
○…우루과이라운드(UR) 문제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뜨거운 감자」에 비유될 정도로 각국 대표들이 거론하기를 꺼리는 분위기. 각료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각료회의가 UR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는 선언을 보다 구체적으로 해보자는 점에 공감은 하면서도 정작 얼마나 구체화할 것인가는 이견이 분분했다』고 말했다. 우선 일본이 내놓고 말은 안해도 거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다 대다수의 아세안국가들이 『제네바에서 해결할 문제를 왜 시애틀에서 가져와서 이러느냐』며 노골적인 반발을 표시했다는 것.
○…미국과 일본의 대립관계가 심해질수록 한국의 입장은 중간 조정적인 역할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한 당국자가 피력. 특히 쌍무적인 통상협력을 순환시키기 위해 미국의 적극적인 APEC 참여를 바라고 있는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일본의 반발에 난처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 그러나 이런 관계를 잘 활용할 경우 APEC내에서의 한국의 입지를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APEC 정상들이 묵은 웨스턴호텔에서 태국 총리와의 개별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19일 오전 11시30분 일본·중국정상들과 잇따라 개별 정상회담을 갖는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들 3개국 정상외에는 19일 오후 4개국씩 묶어 두차례에 걸쳐 8개국 정상들을 환영하는 영접행사를 갖는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번 클린턴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과의 접견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는 김 대통령이 시애틀 회의이후 곧바로 워싱턴을 방문,클린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개별 정상회담 형식의 만남이 필요없기 때문.
○…이번 APEC 회의중 기본안건외에 가장 많은 외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중국 주석간의 개별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은 북경 천안문 사태이후 첫 양국 정상회담이라는 성격외에도 이 회담이 미국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북한 핵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 정상회담에서 북한핵에 관한 어떤 협의가 있고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변화 여부가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한국기자들은 물론 미국·일본 기자들이 이목을 집중.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18일의 각료회담 개막연설에서 APEC가 세계경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 크리스토퍼 장관은 지난 17일의 NAFTA 의회통과와 관련,『NAFTA 법안을 승인한 17일의 역사적 의회표결은 이제 시애틀의 APEC 회의에도 긴박감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어제의 의회투표는 극적인 순간이었을뿐만 아니라 클린턴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결정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고 설명. 그는 또 『미 의회의 NAFTA 통과는 미국이 개입하고 있는 전 지역에서 무역이 개방돼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규정,APEC가 NAFTA와 같은 형식의 관세장벽 철폐로 나아가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시애틀=진창욱·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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