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각>선진국 책문화를 둘러보고-정보.유통 확충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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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의「유네스코를 위한 아시아문화센터」가 매년 여는 3주간의출판연수교육,독일에서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국제서적상 세미나,연례행사인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견본시장 참석등으로 어느해보다바쁜 가을을 보냈다.그 와중에서 확인한 것이 선진국의 책문화는우리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우선 일본의 책문화를 들여다 보자.
세계 각국의 수많은 책들로 가득찬 마루첸서점은 모든 책을 손쉽게 찾을수 있도록「책의 책」도서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싼 도쿄의 높은 빌딩을 서점만으로 꾸미고 있는 기노쿠니야와산세이도는 일본 전국에 수십개의 대형서점을 운영하고 있고,세계주요 도시에까지 자사 서점을 갖고 있었다.매년 신간 1천5백종과 잡지 50종을 내며 매상1위를 기록하고 있 는 고단샤(講談社)는 전량을 위탁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품률을 20% 이내로 묶고 있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주요서점 1백60군데의 판매상황을 온라인으로 연결해놓고 再版부수결정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게 없었다.
80년의 老鋪로 일본 지식계를 이끌어온 이와나미(岩波)서점은일본국어사전 『廣辭苑』의 CD롬 개정판 판매로 대호황을 누리는한편 「야마부키」라는 출판편집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자사에서도 쓰고 외부판매도 하고 있었다.
특히 일본의회가 국민학교.중학교 도서관의 1년예산을 5백억엔으로 결정했다는 이야기에는 한마디로 기가 딱 질렸다.
매년 세계최대의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견본시장을 열고 있는 독일의 책문화는 日本보다도 몇차원 더 높아보였다.
그들은 90% 이상의 주문량을 다음날 오전5시까지 배달완료하며 전체 유통량의 반품률이 최대 3%이하라는 효율극치의 유통체계를 갖추고 있었다.10평 정도의 작은 서점에서조차 독일어로 된 모든 서적과 영어책에 관한 완벽한 書誌를 갖춰 놓고 있어 그 자리에서 주문이 가능했다.
서점에서 일하려면 서적상학교를 다녀야만 하고 5년이상 쉬면 再敎育을 받아야 다시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은 모든 분야와 과정에 「매뉴얼」을 갖고 있다는 독일인들의 철저함이 어느정도인지알수 있게 했다.서적상학교에서는 박사학위까지 취 득할수 있는데실제로 출판사.유통회사에서 만나본 많은 인사들이 박사.석사였다. 이제는 정보유통의 측면에서 책문화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우리의 경우 관심있는 소수가 비싼 선진국 도서를 구해 사전을찾아가며 겨우 읽고 있을 때 日本人들은 전세계의 주요新刊들을 재빨리 자국어로 번역,출판해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해외선진정보들을 소화해 나갔다.그러므로 젊은이들 사이에선「해외유학불필요론」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실제로 일본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장기 해외유학생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국내에서 어지간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유학생들은 유학현지에 대한 공부보다는 우리 것에 대한 연구를 그나라 말로 소개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日本의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다.현장을 떠난 우리 것에 대한 연구가 청춘을 바친 고행이라 할지라도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지,책을 쉽게 찾아볼 수만 있다면 장기해외유학이 필요치 않다는 유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의「책문화」에 대한 성찰을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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