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景氣 흐름 중국이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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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중국 시장의 PC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반도체 D램을 포함한 정보기술(IT) 업종의 경기 사이클이 변하고 있다.

'IT 경기는 1~2분기 비수기, 3~4분기 성수기'라는 기존 사이클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1~2분기에 성수기를 맞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1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999년 5백35만여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데스크톱 PC 출하량은 지난해 1천70여만대(추정)로 3년 만에 두배로 늘어났다. 전 세계 PC 출하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에서 8.8%로 커졌다.

중국의 PC 수요 증가에 힘입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PC 출하량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9년 13.8%에서 지난해엔 19.3%로 높아졌다.

이처럼 아태지역의 PC 출하량이 늘면서 IT 경기 사이클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PC 출하는 미국과 유럽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3분기에 서서히 많아지다가 연말연시 선물과 기업의 PC 교체가 집중되는 4분기에 최고치에 달한다. 이후 1분기에 출하량이 크게 준 뒤 2분기에 소폭 회복되는 사이클을 보여왔다.

그러나 아시아권은 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신학기가 한국은 3월, 일본은 4월, 중국은 6월에 시작된다. 또 12월 결산법인이 많기 때문에 기업의 PC 교체 수요도 주로 1~2분기에 발생해 전체 PC 수요는 1~2분기에 더 많이 몰린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PC 출하량이 IT 경기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PC가 반도체 D램 수요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IT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며 "아시아권의 PC 출하량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1~2분기는 IT 경기의 비수기'라는 등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PC 수요 이외에 아시아권의 반도체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IT 경기의 사이클이 변하게 된 요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수익의 40%가 아시아권에서 이뤄졌으며, 세계 제1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아시아권 판매비중은 42%에 달했다.

李팀장은 "비수기인데도 최근 세계적으로 IT 관련주들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들어 삼성전자 10%, 하이닉스반도체 29%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많이 포함된 거래소의 전기.전자 업종은 9.7%, 코스닥의 반도체 업종은 3.8%가 올랐다.

LG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아직 미국과 유럽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IT경기가 1~2분기보다는 3~4분기에 더 좋다"며 "그러나 아시아권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분기별 시황 변동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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