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퇴폐이발소 여전-경실련,서울 男회사원 4백명 설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서울시내 남성직장인중 70%가 자택 근처 이발소를 이용하는데그들중 44.3%가 변태이발서비스를 받아본 것으로 설문조사결과나타나 구청등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주택가에서도 퇴폐이발 영업이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연합 청년회」(회장 金병욱)와 「바른 이용문화를 만드는 이용사모임」(가칭)이 9월 한달동안 서울지역의 20~50대 남성 회사원 4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다. 변태서비스의 종류는 성관계 9.4%,페팅 29.6%로 집계돼 이발소가 매매음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자들은 변태서비스를 받은 이유에 대해 「분위기에 이끌려」41%,「면도사의 요구로」가 16%나 됐다.
특히 퇴폐업소들은 커튼.칸막이등 밀실분위기를 조장하는 시설물철거조치가 내려지자 셔터를 내리고 10~20분간 퇴폐행위를 한뒤 다시 문을 여는「반짝서비스」로 단속을 피하고 있어 대책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행정당국의 단속에 대한 질문에 이용자들은 51.2%가「잘 되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그 이유로 48.7%가 「담당공무원과 업주의 밀착」을,42.2%가「담당공무원의 형식적 단속」을 꼽아 단속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점을 드러냈다. 경실련 청년회장 金병욱씨는『설문대상자중 미응답자가 절반 가까운 1백84명이나 되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변태서비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구청마다 이발등 공중위생 단속인원이 9명선으로 태부족인 현실 을 감안,경실련.여성단체등 시민단체가 연대해 공동단속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에서 일부 뜻 있는 이발사들이 퇴폐업소 추방운동을위해 자체적으로 모범이발소를 설립키로 하는 등 자정운동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8월 20여명의 이발사들이 모여 결성한「바른 이용문화를만드는 이용사모임」((912)8926)은 경실련과 함께 퇴폐업소를 대신해 건전하고 질높은 「선진이발소」를 세우기로 하고 기금마련에 나섰다.
다음은 이들이 제시하는 선진이발소의 청사진.
96년 이발시장개방에 대비,기업화된 외국이발소에 대항할 수 있도록 체인점 형식으로 내년초 개장될 예정인데 비좁은 기존 업소들과 달리 1백평의 널찍한 공간에 18개 좌석만으로 운영돼 공개적이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국가 공인자격을 딴 14명의 전문이발사들이 손님의 머리카락 한올까지 선명히 보이는 1백룩스 조명아래 작업에 열중한다.여성보조원(면도사)은 4명정도.숫자가 적어 바쁠뿐 아니라 이발사와같이 10시간근무에 1백20만원대의 월급을 받을 것이므로 다른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부분이발제」도 실시된다.커트.면도.머리감기의 세가지 서비스중 원하는 것만 주문하는 것인데 요금은 3천원씩으로 싼 편.
이 모임의 준비위원 鄭炯吉씨(48)는『선진이발소로 퇴폐추방과서비스향상이 동시에 실현될 것』이라며『건전 이발문화를 위한 선진이발소 운동에 시민들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姜贊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