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협력단 동남아 청년해외봉사단 귀국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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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국제협력단(총재 朴雙龍)이 동남아 후진국에 파견했던 청년해외봉사단원 31명이 귀국해 지난 1,2일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네팔.스리랑카.파푸아뉴기니등 경제수준이 열악한 7개국가에서 2년간의 임무기한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에 돌아온 단원은 청년봉사단 제2기로 현재 3,4기단원 1백여명이 9개국가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해외에 나가 있는 관계로 이들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져 있지않아 귀국평가회를 통해비쳐진 청년단원들의 그간 노력은 더욱 뜻깊은 것 이었다.이들은헌신적으로 협력국 지역사회에 봉사하는동안 민간외교관의 역할까지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봉사단원들은 농업.축산.간호.지역사회개발등 30여개의 분야에서 자신들이 그동안 습득한 지식과 기술,그리고 경험을 전수해 주면서 해당국가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임무를 마치고 돌아올땐 그동안 동고동락을 같이했던 주민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가지말라고 붙잡는 바람에 마음이 매우 아팠다는 것이 이들의공통된 이야기였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원주민들에게 영농과 양어기술을 전파시켰던 成白珠씨(34)는 그들로부터 가위「영웅」칭호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成씨는 파푸아뉴기니 정부의 농목축부에 소속돼 파종.병충해방제.제초.채소재배등 농민들의 주된 관심사에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십분 발휘했다.그는 해외봉사를 나가기전에 상주.칠곡군의영농지도소에서 농촌지도원으로 10여년간 일하기도 했는 데 이때쌓아둔 영농지식이 무지한 원주민들을 깨우치는데 커다란 밑거름이됐다. 부족들은 成씨를「업고 다닐」정도로 섬겼으며 각종 동네행사때마다 그를 귀빈으로 대우했다.봉사기간동안 향토병인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할 때는 모든걸 포기하고 떠나고 싶었지만 자기보다못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를 되새기며 다시 힘을 냈다고 했다.
네팔에서 간호원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돌봤던 李香淑씨(27.여)도 같은 이유 때문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李씨는『외롭고 힘들어서 혼자 운적도 많았다』고 말하면서도『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깊 숙이 깨닫게됐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무형의 소득밖에 없지만 청년해외봉사단에 참가하려는 젊은이들은 아주 많다.국제협력단에 따르면 매년 봉사자 모집 광고가 나가면 1천여명의「뜨거운 피」를 가진 청년들이 모여들어 20여對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올해 9월 51명의 단원을 선발할 때도 9백명이 지원했었다.
이때문인지 봉사단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전문대이상의 고학력에다 2~3개씩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엘리트들이다.
그들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고생문을 스스로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가지겠다는 정신때문에 가능했다.
泰國에서 유아교육을 가르쳤던 鄭恩珠씨(여.27)는『인생이란 어차피 홀로서기다.해외봉사경험은 나에게 강인함과 보람을 함께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검게 탄 서른하나의 얼굴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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