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환경콘서트장 밖 철없는 어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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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항속의 금붕어들마저도 숨쉬기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하늘엔 별이 떠 있는지조차 얘기할 수 없는 탁한 도시….』 6일 오후환경보전 콘서트「내일은 늦으리」가 열린 잠실벌 올림픽주경기장 밤하늘에는 경쾌한 환경보전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신승훈,015B,E.O.S등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창 인기있는 가수들이 총출연한 이 콘서트는 청소년들에게 날로 악화돼 가는 환경문제를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 출연가수들은 자신들의 히트곡과 함께 환경보전을 주제로 한 신곡 1곡씩을 열창,경기장을 가득 메운 7만여명의 청소년들을 열광시켰다.
『요즘 악화되는 환경문제를 푸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뜻 출연키로 결심했어요.』 인기그룹 E.O.S의 리더 高錫榮군(21)은 모처럼 보람있는 일에 동참하게 된데기쁜 표정이었다.
관객석에 앉아 흥겨워하던 尹모양(17)도『자기만을 생각해 자연을 더럽히는 풍조가 이런 행사를 통해 없어졌으면 해요』라고 한마디. 그러나 행사장 밖에서는 철없는 어른들이 여전히 환경보전 따위는 아랑곳 없다는 듯 여전히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올림픽주경기장 입구에서 20여명의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겨냥한 전화사서함 광고전단을 마구 뿌려댔던 것.대부분의 청소년들은광고전단을 손에 쥐고 1백m나 떨어진 쓰레기통에 넣었지만 일부는 받는 즉시 버려 길바닥이 지저분해졌다.
『환경보전 콘서트에까지 와서 그대로 버려지는 광고전단을 나눠주는 어른들을 도무지 이해할수 없어요.』 행사장에 막 입장하는李모군(18)은 어른들의 경우없는 商魂에 한심해 했다.
콘서트가 끝나자『환경보전을 위한 공연인 만큼 각자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청소년 관객들은 하나같이 지정된 쓰레기통에 오물을 버려 경기장은 곧 말끔해졌다.
한달전 이곳에서 프로야구경기를 관람한뒤 수십t의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간 무책임한 어른들이 반드시 배워야할 우리 청소년들의 야무진 모습이었다.
〈南禎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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