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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웰빙] 쌉쌀한 인삼 … 맛있는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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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선 '인삼=비싼 약'이란 등식을 깨는(?) 행사가 열렸다. 주한 외교사절까지 참석한 이 행사에서 한국의 대표 생약인 인삼이 한약재가 아닌 음식의 재료로 소개된 것이다.

이날 선보인 인삼 음식은 조선조 학자이자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이끌었던 중봉(重峯) 조헌(趙憲)가에서 4백년 전부터 내려온 보양식들. 폐백상에 올리거나 선비들이 글을 읽다 기력이 쇠진해지면 먹었다는 인삼양탕과 인삼에 절인 연어 회.인삼 오이선(膳).인삼 찰떡 등이 참석자들의 미각을 유혹했다.

조헌의 12대손인 한국전통음식연구원 조정강 원장은 "인삼은 오래 먹어도 독성이 없고 맛이 담백해 삼계탕.차.죽.구이.김치.경단 등 음식의 재료로 소중하다"며 "과거에도 생즙으로, 또는 꿀에 찍어 먹거나 나물로 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화엄사 전래 비법으로 만들었다는 인삼 약주 월항(月亢)도 눈길을 끌었다. 이 술은 인삼을 몇 년씩 술에 담가두는 종래의 침출식 인삼주가 아니라 두 번의 침출 과정을 거친 뒤 약효 성분을 뽑아 1년간 저장한 숙성주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강원인삼농협 김운영 조합장은 "식약일체(食藥一體)의 보약 가운데 으뜸인 인삼을 이용한 한국의 인삼약주가 프랑스의 포도주보다 못할 게 없다"며 "자기 전에 한 잔 마시면 불면증.피로 회복.손발 저림에 좋고, 뒤끝이 없다"고 밝혔다.

인삼 이렇게 좋다=인삼은 독삼탕(獨蔘湯:인삼만 달인 탕).인삼산(人蔘散:가루약).인삼환(人蔘丸:환약) 등 한약의 재료다. 허약체질.식욕부진.소화불량.설사의 치료약이나 자양강장(滋養强壯).강정(强精).진정(鎭靜)제로 흔히 쓴다.

근거는 칠효설(七效說)에 있다. 인삼이 ^원기 증진^혈액순환 개선^ 신경 안정^ 갈증 해소^ 설사 멈춤^ 폐 기능 보강^ 체내 독소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인삼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겼을까? 인삼의 학명(Panax ginseng)에서 파낙스는 만병통치약을 뜻한다. 인삼은 지치거나 피곤할 때 먹으면 활력과 스태미나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고창남 교수는 "노약자는 물론 큰 병을 앓고 난 뒤나 수술 후 기력이 떨어진 사람,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수험생에게 권할 만한 대표적인 한약재"로 꼽는다.

고개 숙인 남성에도 유용하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는 "인삼의 사포닌과 폴리페놀(항산화 물질)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면역 능력을 높여준다"며 "수술.방사선 치료.항암제 등 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인삼을 먹으면 수술 후 회복이 빨라지고 방사선.항암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인삼 뿌리 외에 잎에도 항암 효과가 있는 강력한 면역증강 물질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내한한 호주 로열 애들레이드 병원 비뇨기과 피터 서덜랜드 박사는 "레비트라.비아그라 등 공식 허가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제외하면 인삼이 가장 유력한 발기부전약이고 다음이 요힘빈"이라고 말했다.

인삼(홍삼)을 3개월간 복용한 사람 가운데 60%가 음경 강직도가 높아지고 성욕이 생기는 효과를 봤다는 영동세브란스병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인삼엔 인슐린 유사 물질이 들어 있어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를 약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폐경기 여성에게 가장 흔한 증상인 안면 홍조(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와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이는 인삼이 몸안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는 삼가야=강남차병원 한방과 이동규 교수는 "열이 많은 사람(특히 소양인.태음인)은 인삼을 멀리해야 한다"며 "인삼이 복부 팽만감이나 간질환, 배뇨.배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열이 많은 사람이 인삼을 먹을 때는 뇌두를 제거하고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고혈압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통이 잦거나 눈이 잘 충혈되는 사람도 잘 먹어야 본전이다.

미국 매요 클리닉은 인삼이 카페인.정신병 치료제.스테로이드제.혈압약.당뇨병 약 등의 약효를 지나치게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약들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신비의 명약서 대중음식으로

◆인삼에 절인 회

① 연어 반쪽을 포를 떠 잔뼈를 제거하고 살살 두드리면서 소주를 뿌린다 ② 절인 연어를 몸통 부분은 3㎜ 두께로, 꼬리 부분은 얇게 저민 뒤 양념을 섞어 겹쳐 놓는다 ③ 공기 접촉이 없도록 랩으로 밀봉해 신선한 곳에 6시간, 냉장고에 8 ~ 24시간 놓아둔다 ④ 냉장고에서 꺼내 다진 인삼과 깻잎 위에 펴 누른다 ⑤ 얇은 연어살을 꽃잎처럼 펴 놓고, 그 위에 무순을 얹고 접시 가장자리에 깻잎 오일을 두른다 ⑥ 깻잎 오일은 깻잎 20장을 살짝 데친 뒤 식용유 반컵을 넣고, 믹서로 갈아낸 것을 냉장고에 넣고 사나흘 후 액이 진해졌을 때 체에 내려 만든다

◆인삼찰떡

① 인삼을 찌고 말리기를 세번 반복한다 ② 인삼을 덜어 물에 불리고, 씨를 뺀 대추.깐 밤.감과 함께 풀어지도록 끓여 인삼조청을 만든다 ③ 찹쌀을 씻어 물에 담갔다가 빻아 가루로 만든다 ④ 남은 인삼(세번 찌고 말린 것)을 다시 쪄서 썰고, 대추.깐 밤.감고지(껍질을 벗겨 말린 감).늙은 호박고지를 썬 뒤 찹쌀가루에 섞어 찐다

자료=한국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인삼양탕

◆재료=소의 사골 2개, 소의 양(위) 2백40g, 인삼 2백g, 물 50컵, 된장 1큰술, 청주 1큰술, 생강 5g, 다진 마늘 2큰술, 파 2큰술, 볶은 소금

① 양은 끓는 물에 데쳐가며 검은 껍질을 칼로 깨끗이 벗긴다 ② 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을 푼 뒤, 청주와 생강을 넣어 '양 삶은 국물'을 준비한다 ③ 국물을 끓이다가 손질한 양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 뒤 찬 물에 헹군다 ④ 사골은 4시간쯤 푹 고은 뒤 차게 식혀 기름기를 걷어낸다 ⑤ 담백한 국물에 인삼을 넣어 다시 푹 달인다 ⑥ 인삼물이 충분히 우러나 은은한 향이 번져 오면 양을 넣어 한번 더 끓인다 ⑦ 양은 건져내 송송 썰어 다시 국에 넣는다 ⑧ 상에 낼 때는 다진 마늘.파.볶은 소금을 따로 곁들인다

***쇠로 만든 식기 쓰면 약효 줄어

인삼 요리나 약재는 토기나 유리 그릇에 넣어 약한 불로 장시간 달인 뒤 먹는 것이 최상의 복용법이다. 쇠로 만든 식기에 담는 것은 피해야 한다. 15세 미만 어린이는 성인 복용량의 절반이나 그 이하를 복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수삼(水蔘:말리지 않은 생삼)은 0.5도의 온도에 냉장 보관하되 부패하기 쉬우므로 구입 후 2주 내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백삼(白蔘:수삼을 익히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은 통풍이 잘되는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농축액이나 분말 제품은 밀폐된 용기에 넣어 어둡고 서늘하며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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