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국방 발언」 빌미 수세탈피 속셈/북측 접촉연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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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 안보협 결과 기다리는 지연 작전인듯/대미회담 전략조정·군부 입김작용 분석도
북한이 3일 제4차 남북 실무접촉을 연기하고 나섬으로써 특사교환을 통한 핵문제 해결노력은 일단 멈추게 됐다.
북한이 실무접촉 중단을 선언하고 나온 표면적 이유는 권영해 국방장관의 발언이다.
권 장관은 2일 KBS­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군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유엔 등이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에 변화가 없을 때 제재할 경우 군사적으로 있을 수도 있는 우발적 도발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국방부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하려는 문제』라고 말하고 『어떻든 군사적 제재,또 그것에 의한 도발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듣기에 따라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군사적 제재」를 억지로 문제삼을 수도 있으나 이는 그런 사태가 없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같은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지 않고 유일한 남북대화인 판문점 접촉을 거부하고 나온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현재 진행중인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그동안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를 요구하며 이를 먼저 천명할 것을 요구해왔다.
북한­미 3단계 회담 일정 등이 잡히지 않고 있는 것도 실무접촉의 연기를 선택케한 요인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전략조정을 위해 4차 실무접촉을 연기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은 미국과 이달초 모두 네차례에 걸쳐 뉴욕에서 막후접촉을 가져왔지만 3단계 회담 일정합의 등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박길연 주유엔 북한 대사는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문제는 오직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실무접촉 연기는 이같은 전략적 요인 외에 유엔의 대북 결의안 채택에 크게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회원국은 한나라도 없었다.
이같은 여러요인을 고려하면 북한은 권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접촉중단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그동안 북한에는 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강·온파간에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권부내 군부 등 강경파의 입김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높다.
북한의 접촉중단 결정으로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 노력해온 한국과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오영환기자>
◎권 국방 K­TV 뉴스 발언
­문=북한 핵사찰을 촉구하는 유엔의 결의문이 있었습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군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미국측과는 어떻게 협의하실 생각인지요.
▲답=문제는 북한이 핵을 개발,누구를 향해 어떻게 쏠 것이냐 하는 것은 분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응을 우리가 해야하기 때문에 군인으로서는 우선 현재까지 국제적 안보기구 내지는 공조체제에 의해 이 문제를 일단 해결하고 다음에는 유엔 등이 북한에 대해,그래도 전향적인 자세에 변화가 없을 때 제재할 경우,군사적으로 있을 수도 있는 우발적 도발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현재 국방부로서 이번 한미 안보연례협의회의를 통해 논의하려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됐든 군사적 제재,또 그것에 의한 도발까지는 가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는 것은 분명히 우리가 모두 공감을 하는 사항입니다.
▲마감뉴스=권 국방장관은 북한이 끝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제2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를 앞두고 KBS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와 유엔 등에서 북한 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돼 군사대응조치를 취할 기회가 없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또 팀스피리트훈련 중단문제와 관련해 아직까지 한미 두나라 사이에 어떤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없지만 북한의 핵문제가 해소되면 전향적인 자세로 훈련 중단문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팀스피리트훈련이 중단될 수 있음을 비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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