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동생」 형이 구했다/폭력혐의 구속되자 진범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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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추적 7개월” 무죄 밝혀내
폭력행위로 구속된 아우의 결백을 믿은 형이 7개월여동안 끈질긴 「수사」 끝에 진범을 붙잡았다.
생업을 포기한채 범인을 추적,동생의 혐의사실을 벗겨낸 주인공은 안상준씨(31·인테리어업·인천시 남동구 구월동)로 안씨의 동생 성준씨(29·무직)가 누명을 쓰고 서울 중부경찰서에 의해 구속된 것은 지난 2월28일.
동생 성준씨의 혐의는 친구 김모씨(29) 등 4명과 함께 2월26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스탠드바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다 시비를 거는 취객들과 편싸움이 벌어져 흉기로 상대편(31·회사원)의 얼굴을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면회간 형에게 동생 성준씨는 자신의 절대로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다고 눈물을 흘렸고 동생 친구들도 성준씨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썼다고 입을 모았다.
『동생은 술집에서 나온뒤 곧바로 부근 여관으로 갔으며 실제로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사람은 친구인 소우섭씨(26)다. 경찰에서 담당형사가 함께 술마신 일행의 소재를 대라고 윽박질러 얼떨결에 동생의 숙소를 가르쳐주었고 경찰서에 끌려온 성준씨를 피해자측이 무조건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내용이었다.
안씨는 경찰서에서 동생의 무혐의를 주장했으나 『이미 구속됐고 무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문민정부에서 이렇게 흑백이 뒤바뀔 수 있다는데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동생의 무죄를 밝혀낼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전세집에 노모(66)·두자녀와 함께 사는 형편이었지만 안씨는 가게 문을 담고 매일매일 「일지」를 작성해가며 치밀한 「수사」를 시작했다.
우선 현장에 있었던 김씨 등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당시 상황을 진술받아 구속적부심을 신청했고 구속 20일만인 3월18일 동생은 석방됐다. 그러나 신병만 풀려났을뿐 무죄가 입증된 것은 아니었다.
안씨가 검찰·경찰에 6차례에 걸쳐 재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내 4월 경찰에서 소씨를 한차례 불러 재수사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안씨 형제는 소씨를 설득끝에 「내가 때렸다. 미안하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이 내용을 녹음해 수사당국에 제출,다시 수사를 재개시켰지만 이때 이미 소씨는 잠적한 상태였다. 안씨는 소씨를 찾아 지방까지 내려가고 잠복·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8월5일 서울 을지로 한 기원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소씨를 찾아냈던 것.
구속된 소씨가 지난달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음과 동시에 동생 성준씨는 무혐의처리될 수 있었다.
이때까지 안씨가 작성한 수사일지는 1백여쪽이나 됐다.
동생의 결백이 입증돼 천만다행이라는 안씨는 『앞으로 제2의 성준이가 나오지 않길 바랄뿐』이라고 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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