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美 자동차노사의 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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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美자동차노조연합(UAW)이 美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社와 타결한 UAW-GM 新노사협약은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하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지극히 간단한,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먼 진 리를 새삼 절감케한다. 産別勞組체제에 따라 GM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UAW집행부측은 포드社.크라이슬러社와의 교섭으로 지친 심신을 추스를 틈도 없이 9월부터 GM과의 교섭에 나서 16시간의 막바지 교섭끝에 일요일 오전1시,향후 3년간 유효할 새로 운 노사협약을 도출해 냄으로써 두달간의 지루한 대좌를 마감했다.
새 협약중 눈에 띄는 항목을 훑어보면▲매년 6백달러씩 지급되던 크리스마스 보너스 폐지▲사측의 근로자전배의 융통성 인정▲2주간의 하절기 공장폐쇄기간중 1주간의 의무휴가실시 등.
마치 UAW측의 무조건 항복문서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칫 GM근로자들로부터 불신임받지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근로자측에 유리한 항목이 더많다. 우선 GM측이 줄곧 난색을 표명해온 퇴직연금제의 관철.
GM은 퇴직 연금을 매년 나누어 지급할 경우 향후 60억달러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며 일시불을 주장했으나 UAW측은 근속연수및 조기퇴직에 따른 연금계산법에 의해 최고 월2천30달러까지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약에 삽입했다.
근로자전배 융통성 인정도 실은 GM의 일자리 축소를 막기위한UAW쪽의 전략중 하나.현행 단체규약은 근로자를 現근무지로부터50마일이상 떨어진 공장으로 전배할 수 없도록 돼있어 규모 축소등으로 일거리가 없어지면 감원당할 수밖에 없 는 상황인데 이를 75마일까지 늘려 감원 위험성을 줄인 것이다.
한편 하절기 정기휴가 사용조항도 근로자로서는 1주 무급휴가에1주 전액임금수령,그리고 회사로서는 금년 여름까지 지출했던 2억달러의 일시 실직수당을 절감,단기 자금부담을 덜게돼 양쪽 모두에 조금씩 유리한 것이다.
특히 美자동차업계의 전반적 어려움에도 불구,24만 GM근로자의 일자리와 임금.퇴직연금및 의료비 지원혜택은 축소할 수 없다는 UAW측의 교섭대전제가 지켜져 근로자측으로서도 그리 불만은없게됐다.
조금만 냉철하게 따져보고 조금만 앞을 내다보면 파국없이 좋은결과를 낼 수있다는 노사교섭의 모범답안을 지켜보면서 국내 산업계로서도 향상된 제품의 품질만큼 단체교섭에 있어서도 고품위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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