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로 몰려가는 할리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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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할리우드가 발리우드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발리우드는 인도 영화도시인 뭄바이의 옛 이름인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합친 용어로 인도 영화계와 영화산업을 가리킨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속속 인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현지화를 통해 발리우드 스타일로 변신,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완성된 '사와리야'가 대표적인 예다. 인도 감독이 연출하고 현지 배우가 힌디어로 연기했다. 전형적인 인도 대중영화 형식대로 춤과 노래가 전체에 흐른다. 누가 봐도 발리우드 스타일이다. 그러나 제작사는 할리우드의 소니사였다.

월트 디즈니도 인도의 대표적 제작사인 야쉬라즈 필름과 손잡고 '로드사이드 로미오'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부잣집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강아지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워너 브러더스도 이미 두 편의 발리우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워너의 리처드 폭스 부사장은 "앞으로 인도인 제작진을 기용, 1년에 3~6편의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라마운트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다민족인 인도 시장을 위해 할리우드는 현지 주요 언어인 힌두어로 영화를 만든 뒤 다양한 지역 언어로 더빙하고 있다. '사와리야'를 만든 소니사의 가레스 위건 부회장은 "인도 관객의 취향에 맞추지 못하면 발리우드 입성은 힘들다"고 말했다.

전 세계 관객을 상대해 온 할리우드지만 이 같은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인도 영화시장은 연간 1000편 전후의 영화가 개봉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관객들이 토속적인 영화에만 열광하기 때문이다. 자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95%에 이른다. 영화 시장 규모는 현재 21억 달러(약 2조원)에서 5년 뒤 두 배 이상인 44억 달러 수준으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주 기자, 강수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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