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카드수납 병원 기피로 정착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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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부는 지난달 18일 행정쇄신위원회를 통해「의료기관 진료비 납부방법 개선안」을 결의하고 보사.교육부등 관련부처에 올해안으로 국.공립및 민간병원에 신용카드 가맹을 적극 권장토록 했다.
이는 ▲병원이용자들이 고액의 현금을 소지하는데 따라 도난.분실의 우려가 높고 ▲퇴원시 고액의료비를 일시납부하라는 병원측 요구가 큰 부담을 주는데다 ▲공휴일 퇴원시 은행이용이 불가능해곤란을 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취해진 것이 다.
이에따라 보사부등은 9월중으로 신용카드 가맹 권장 지침을 일선병원에 전달해 수납제를 실시키로 방침을 정했다.그러나 병원들이 재정압박을 이유로 카드가맹을 거부,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지침조차 마련치 못해 카드수납제는 당분간 실현이 어 려울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낮은 보험수가.의료미수금 증가로 병원재정난이 심각하고 ▲카드수납시 병원측이 내야하는 카드 수수료등 추가비용을 부담키 어렵다는 점등을 들어 카드수납을 반대하고 있다. 成益濟 협회기획관리실장은 『현재 5%선인 보험수가인상률을 15%로 올려주고 진료비의 3~4%인 카드수수료도 무상화하는등보완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며『앞으로 카드수납대신 병원내에 은행지점.현금인출기등을 설치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 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용이 보편화된 현시점에서 의료기관이 수수료를 이유로 수납을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다.
또 대안으로 제시된 은행지점 설치도 병원마다 특정은행에 국한돼 타행이용환자들은 현금마련이 불편할 뿐더러 고액진료비를 일시불해야하는 부담과 현금도난의 위험성은 여전해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신용카드협회에 따르면 8월현재 전국의 카드회원수는 1천6백63만6천명으로 전인구의 38.6%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맹점수도1백4만여군데에 달하고 있다.올1~8월간 이용대금은 14조3천억원으로 지난 한해의 15조5천억원에 육박해 카 드이용률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가 진료비의 5.7%로 한국보다 2%이상 높은 미국은 종합병원의 카드가맹률이 85%에 이르며 치과의원.일반의원도 각각 60%,21%가 카드로 수납하고 있다.
일본도 91년 스미토모은행 한개 회사의 신용카드 가맹병원만 3천군데에 이르는등 카드수납제가 자리를 굳힌 상태다.
그러나 한국의 주요 병원중 카드가맹병원은 서울백병원.순천향병원등 전국25개소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가맹병원들도 대부분 수술등 본격적인 진료비와는 거리가 먼 신체검사등의 소액 비용만 카드로 결제하고 있어 실질적인 카드수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협회와 절충끝에 병원에 한해 수수료를2.5%까지 할인해 줄 수 있다는 언질을 받았으나 병원협회측은수수료 전액면제를 주장하고 있어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姜贊昊기자〉 지난해 7월 급성간파열증세가 일어난 아들(15)을 데리고 한 종합병원을 찾은 金모씨(45.공무원.서울구의동)는 병원측이 요구한 수술비 1백2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일시에 그만한 현금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않았 지만 아들병세가 위급해 겨우 돈을 빌려 수술을 성사시킨 金씨는 소지한 신용카드로도 수납이 됐다면 그같은 고생은 피할수있었다는 생각에 허탈하기만 했다.金씨처럼 진료비 전액을 현금으로 일시에 내야하는 병원이용자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정 부가 추진중인 진료비 신용카드납부제가 병원들의 비협조로 차질을 빚고 있다. 각 병원들이 신용카드 수납을 기피해 이용자들이 반드시 현금이나 수표를 준비해야 하는등 불편을 겪고 있다.
〈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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