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첫여성총리 킴 캠벨 실각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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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캐나다 첫 여성총리 킴 캠벨이 오는 25일 선거에서 참패할 위기에 몰려 4개월의 단명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캠벨총리는 현재 제2당인 야당 자유당의 장 크레시엥이 여론조사 인기도 선두에 나서며 집권 진보보수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생당들인 개혁당과 퀘벡연맹당이 예상외의 높은지지를 얻고 있어 의회에서 과반수 확보 실패는 물론 자칫하면 의회내 제3 아니면 제4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져 있어 다음주선거에서 물러나야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캠벨총리가 이같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그녀가 정권을 이어 받은 전임총리 브라이언 멀로니의 영향도 함께 작용하고있다. 멀로니 前총리는 지난 6월 누증된 정부 재정적자로 최저인기도를 기록하며 9년간의 총리직에서 물러나 캠벨에게 자리를 물려준 바 있다.
캠벨총리는 멀로니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다른 정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나 재정적자 해소에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해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더구나 그녀는 멀로니의 계승자라는 여론의 인식을 깨는데 실패하고 있다.
캠벨총리는 또 최근 정치광고를 계획,정적인 크레시엥의 얼굴을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이 적지않은 역작용을 불러일으켜 당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캠벨총리는 안면근육이 부분적으로 마비증세를 보이고 있는 크레시엥의 얼굴을 광고에 집어넣어 크레시엥이 국가지도자로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으려고 기도했으나 말썽만 일으키고 정치광고는 취소됐다.
캐나다 불어사용지역 퀘벡출신의 크레시엥은 퀘벡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으며 진보보수당과 자유당의 정권교체가 전통적으로 반복되는 캐나다에서 보수당의 몰락은 바로 자유당의 승리로 이어진 전례에 따라 캠벨에 이어 차기총리로 가장 유력 시되고 있다.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집권한 자유당의 피에르 엘리어트 트뤼도정권에서 각료로 정치적 입지를 굳혀온 크레시엥은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2백95석의 전체의석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연정모색이 불가피한 입 장이다.
캠벨은 크레시엥이 주도하는 연정참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어 크레시엥은 개혁당이나 퀘벡연맹당과 연립을 모색해야할 입장이다.
창당 3년의 퀘벡연맹당은 최근 다시 가열되고 있는 퀘벡분리주의 운동에 힘입어 캠벨의 집권보수당이 갖고 있는 퀘벡주 63석중 55~56석을 뺏어갈 것으로 여론조사는 전망하고 있다.
창당 6년의 개혁당은 캠벨의 근거지인 브리티시 컬럼비아는 물론 인접 앨버타주에서 캠벨을 앞지르고 있고 온타리오에서도 지지를 늘려가고 있어 퀘벡연맹당과 함께 의회내에서 60석 정도 확보가 무난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여기에 현재 제3 당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고 있는 신민주당이 43석을 무난히얻을 것으로 추정돼 캠벨에게는 더욱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신민주당의 프레스튼 매닝당수는 세계적 사회보장국가인 캐나다의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캠벨에 도전,차차기 총선에서는 제1당 아니면 최소한 의회내 제2당을 노리며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어 캐나다정계의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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