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지도>무선호출기 시장쟁탈전 불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무선호출기(삐삐)시장이 초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3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삐삐는 그동안 꾸준히 보급이 늘어 지난해 4월 전국의 가입자수가 1백만명을 넘어섰으며 올들어서는 7월말 현재 가입자수가 2백만명(2백3만6천9백명)을 돌파,시장규모가 약1천5백억원에 이르렀다.
삐삐 보급이 불과 1년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민간 제2사업자선정으로 韓國移動通信 외에 전국적으로 10개의 무선호출 서비스업체가 생겼기 때문이다.
제2사업자로는 濟州이동통신이 지난5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했으며수도권지역의 나래이동통신.서울이동통신도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현재 국내에서 삐삐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三星電子.金星정보통신.現代電子등 10여개의 국내업체,모토롤라코리아등 국내생산시설을 갖춘 외국기업과 10여개의 수입업체등 20여개사에 달하고있다. 삐삐 시장의 특징은 서비스 가입자수가 그대로 제품수요와직결된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삐삐 생산업체들간의 판촉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삐삐시장은 모토롤라코리아社가 전체의 절반정도를 차지해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그 뒤를 三星電子.金星정보통신등이 뒤쫓고 있다.
그러나 제2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국내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향후 시장판도는 예측불허의 상태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들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모양과 기능의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보급 초기 단순히 호출음만 들리던 삐삐에서 이제는 신용카드처럼 얇고 작은 제품과 만보기.알람기능까지 갖춘 다기능에 패션까지 갖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모토롤라코리아社는「브라보시리즈」「브라보플러스시리즈」에 이어 최근 8가지의 색상과 음악경보기능을 갖춘 신제품「엑스프레스시리즈」를 내놓고 시장방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두께 14㎜.무게 56g의 소형이면서 27개의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있는 가로형 삐삐「위드미시리즈」를 개발,시장점유율을 지난해 13%에서 올해는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금성정보통신도 신용카드 3개를 겹친 모양의 얇고 가벼운 카드형 삐삐를 개발,지난 8월부터 시판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전자가 시계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내놓았으며 중소업체인 대영전자는 최근 만보기 기능을 갖춘 고유모델「다이나콜 3000」을 개발하는데 성공,현재 시판을 준비중이다.
신제품 경쟁외에 업체들은 유통분야에서도 치열한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각사마다 총판.대리점 확보경쟁과 함께 최근에는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한 광고 투자도 대대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경쟁이 이처럼 치열해지면서 가격도 크게 하락,평균 20만원대였던 삐삐가격이 올해는 12만~15만원대로 떨어졌고 일부 업체는 올초 백화점에서 할인판매까지 단행한 바 있다.
삐삐는 전자식전화기에서 발사되는 전파를 디지틀신호로 받아 이를 액정표시판에 표시하는 단순한 원리의 제품이나「크리스틀」「소필더」등 핵심부품 국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제품의 평균 국산화율이 40%선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앞으로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미국의 AT&T社등대형업체가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라며『이에따라 앞으로는 업체들이 단기적인 내수경쟁보다 국산화율을 높여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朴承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