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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장수촌>4.파키스탄 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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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 3대 장수촌중 하나인 훈자지역은 아시아의 오지중 오지로불린다.파키스탄 북부 캐시미르지역에 속한 이곳은「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고원에서 뻗은 평균 고도 6천m의 웅장한 카라코람산맥의 산자락,해발 2천5백m의 고산지대에 자리잡 고 있다.
지상에 남은 마지막 낙원으로도 불리지만 이곳으로 가는 길은 가혹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연출되는 벼랑으로 이뤄져 있어 그만큼 고립됐다.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자동차로 20시간 넘게 달린후 훈자강을 낀 수백m의 벼랑 사이에 난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다시 5시간정도를 달리면 갑자기 무릉도원 같은 분위기의 분지가 나타난다.험난한 진입로와는 사뭇 다르게 아담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절해고도 같은 산악지역에 사는,스스로를 알렉산더의 후예라고 믿기도 하는 이슬람교도들이 세계적으로 장수를 누리며 살고 있다. 여기서 태어나고 계속 살아온 주민의 10명중 한명은 1백세를 넘게 장수한다.그것도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면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귀나 눈도 밝고 심장은 강철같이 튼튼하며 팔다리 근육도 젊은이 못지 않아 육체노동을 감당할수 있는 튼튼한 몸으로 장수하는 것이다.20여년전 이곳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편美國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1백세를 넘은 현지 노인의 심장은 40세 서양인의 심장만큼 튼튼했다는 것이다.훈자지역의 장수를 삶의 질이 높은 장수라 부르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토록 건강하게 오래 사는 요인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크게 이 지역 특유의 눈녹은 물과 검소하면서도 영양이 균형잡힌 식생활,부지런한 노동과 낙천적이며 쾌활하고 밝은 성격,그리고 노인을 소외시키기는 커녕 마을공동체 생활의 중심에놓고 활동시키는 특유의 사회제도등을 꼽고 있다.
우선 이 지역의 물은 건강장수를 위한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그냥 맑고 깨끗한 물 정도라면 세계 어디에도 있다.훈자지역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카라코람 산맥은 딜랑.울타르.라카포시등 해발 7 천m급의 고산이 우람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만년설로 뒤덮인 것은 물론 무수한빙하가 남아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눈과 빙하가 녹은 차디찬 물이흘러 내려온다.눈과 빙하가 녹은 찬물이 식수원인 셈이다.
이 물은 칼륨.칼슘등 풍부한 미네럴이 들어있는 것은 물론 게르마늄등 장수요인으로 추정되는 희귀원소도 비교적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농업용수로도 쓰인다.
눈과 얼음이 녹은 찬물이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舊소련의 연구가 뒷받침된다.소련과학아카데미 주도하에 북극권 극한지에서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눈과 얼음이 갓 녹은 차디찬 물은 인체 면역활동을 강화시켜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것은물론 세포를 활기차고도 젊게 만들어주는 효력이 있다고 한다.
이 찬물을 마시면 인체 장기의 활동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세포단위에서 산소와 영양분의 이동을 쉽게 하고 세포의 활성을 크게 높인다는 설명이다.
물과 함께 이 지역 식생활 양상도 건강장수를 받쳐주는 요인이된다.밀등 곡식은 거의 껍질을 벗기지 않은채 먹는다.껍질째 빻은 밀에 엷은 자연향초를 넣은 흑빵이 그들의 주식이고 아침은 이 밀로 만든 다우드 수프라는 밀죽을 쑤어 감자 .달걀.야채.
육류등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다.
또 식사때마다 야채와 과일을 듬뿍 먹는 것도 특징이다.양배추.무우등은 빠지지 않는다.
***肉類도 많이 먹어 이같이 다른 장수촌에서도 볼수 있는 요인 외에 이 지역에서 특이한 것은 과일중에서도 신맛이 강한 것을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훈자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은 매실과 말린 살구로 거의 매일 먹는다.
또다른 특이점으로는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꼽힌다.장수하면 채식을 생각하기 쉬우나 이들은 양고기.쇠고기.삶은 달걀을즐긴다.기름을 두르고 볶은 볶음밥도 즐긴다.또 양젖이나 양젖으로 만든 발효유를 즐겨 마신다.버터도 적지 않게 먹는다.회교를믿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일절 먹지 않을뿐 육류섭취는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이것이 성인병의 요인이 되기는 커녕되레 건강장수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고른 섭취,특히 단백질 섭취시 콩과 감자를 통한 식물성 단백질섭취와 육류.달걀.유제품을 통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양적 균형이 이뤄졌을때 신체는 더욱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장수를 위해서는 채식만이 좋다는 외곬 주장보다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이들은 식사량도 적다.가난하고 소금이 귀해 싱겁게 먹어 별로 많이 먹을 일이 없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과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小食이건강장수의 요인이라는 세간의 말이 실증되는 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 또 다른 장수요인으로 생활양식이 꼽힌다.훈자주민들은 부지런하다.저녁시간등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만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아침을 먹은후 7시쯤부터 해질때까지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하며 항상 몸을 움직인다.이는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다.
낮에 쉬고 누워있는 사람을 보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또 산길을 많이 걸어 하체가 튼튼하고 심장과 호흡기계가 강하다는 특징도 있다.아울러 전반적으로 성격이 쾌활하고 친구를 많이 사귀며 활기찬 마을 공동체 생활을 영유한다.
하지만 78년 중국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서 파키스탄 북부 사이의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개통돼 이 지역 주변을 지나가면서 많은 외지 식품이 몰려들고 있어 장수촌의 명성이 앞으로 어찌될지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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