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몰래 음주 독일서 사회문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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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베를린의 한 신문사에 근무하는 마르틴 바이머기자(43)는 편집국 지하실에 있는 소화전에 코냑 한병을 감춰 놓고 있다.오후3시면 그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실로 가서 한모금 마신다.다시 기사를 쓰며 일하던 그는 오후 5시 두번째로 목을 축인다.마감시간이 가까워진 오후 6시 그는 낙종의 공포를 떨쳐버리기 위해 또 한모금 마시며 신문이 나오는 오후7시 별일이 없으면 안도감에서 술병을 비운다.「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바이머기자처럼 근무중 술을 마시는 사 람이 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독일 알콜.마약중독방지본부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의 20%가 근무중 술을 마시고 있으며 이중 5~10%는 알콜 중독자,10~15%는 알콜 중독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직장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주로 일의 중압감을 피하고 동료간의 경쟁이나 상하간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잊기위해서다.쓸데없는 공명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근무중 음주가 많은 직업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최고 경영자.정치인.기자.배우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정치인들의 근무시간중 상습적 음주는 특히 정도가 심해 요슈카 피셔 헤센州 환경장관은 연방하원을 「알콜 중독자들의 모임」으로 표현하고 있다.평소에도 술냄새가 코를 찌른다는 것이다.이밖에 정보부나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 중에도 근무중 술마시는 사람이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근무중 음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1년에 주세로 독일 정부가 거둬들이는 돈이 83억마르크(약 4조2천억원)정도지만 음주로 인한 직.간접 피해는 3백억마르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음주로 인한 직장에서의 사고가 매년 30만~40만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전적 피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한 국민 보건상의 문제점이다.매년 약 4만명이 알콜로 인한 사고로사망하고 있는데 이중 1만3천명은 근무중 사망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에서 근무중 술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은 독일의 음주문화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우선 직장에서 술을 마실 기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부서의 회식이나파업때 으레 한잔씩 하는 것을 비롯, 생일이나 휴가를 떠날 때와 돌아와서도 한잔씩 하는 것이 독일에선 관행이 돼있다.이럴 때 함께 마시지 않으면 거만하거나 약한 자로 따돌림당한다.또하나 근무중 음주는 이른바 「개인의 명예에 관한 일」로 이를 모른채 묵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음주문화가가 바뀌고 일반적으로 정도가 심한 「윗물」들부터 모범을 보이면 근무중 음주는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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