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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가을 프로개편 사전조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1일 MBC를 마지막으로 전모가 밝혀진 방송3社의 이번가을 프로개편내용을 보면 몇가지 점에서 지금까지의 정기개편과는성격이 크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우선 신설프로가 KBS 37개,MBC 31개,SBS 19개로 규모가 크 며 내용은 눈에띄게 오락성이 줄어들었고 편성에 있어서도 동종프로의 대응편성이크게 줄었다.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3社의 개편경향,신설프로의 내용이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KBS-1TV의『시청자의견을 듣습니다』,MBC-TV의『TV속의 TV』,SBS-TV의『TV를 말한다』와 같은 TV옴부즈맨프로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신설됐다.
또 MBC-TV와 SBS-TV는 똑같이 그동안 특집으로 편성해오던 21세기를 소재로한 기획 다큐멘터리를 고정프로로 신설했다.뿐만아니라 그동안 비난의 대상이 됐던 7시대의 10대취향 쇼프로들을 일제히 폐지했다.
○…방송3社의 개편 내용이 이처럼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은 개편전에 3社 사장들이 만나 처음으로 같은날(18일)개편을 단행키로하고 시청률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결과다.편성책임자들은 이같은 합의에 따라 개편작업이 진 행되는 동안몇차례 모임을 갖고 오락성의 수위조절,중복편성의 자제 방안등에대해 논의를 계속했다.개편 막바지에는 일단락된 각사의 편성표가교환되기까지 한것으로 알려졌다.
MBC의 차인태 편성이사는『이번 개편은 7월7일 TV끄기운동으로 절정에 달했던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을 겸허히 수용한 결과』라면서『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프로의 저질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같은 사전조율 작업이 불가피했다』고 배경 을 설명하고있다. ○…그러나 지난봄 개편부터 지금까지 방송계 주변의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이번 개편은 방송사의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듯싶다.
올해초 KBS.MBC신임사장의 취임과 함께 불붙기 시작한 시청률 경쟁은 시청자와 새정부 양측으로부터 저항에 부닥쳤다.
吳隣煥 공보처장관이 7월1일 세미나 초청연설석상에서 방송사의저질프로 경쟁에 강도높은 경고를 한 다음부터 새정부의 뜻이 방송사에 구체적으로 전달되었다.이후부터 방송 3社는 앞다투어 시청률 싸움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방송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이번 개편 직전에 방송사에 상당히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톤의 개편지침을 보냈다.방송3社의 개편 내용이 비슷한 것은 바로 이 지침에 따른데서 나온 것이다.
○…방송3社가 방송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프로그램의 오락성을 줄인 점 자체는 시청자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코미디프로의 제목을『폭소 아카데미』, 쇼오락프로의 제목을『고정관념을 타파합시다』로 고상하게 달아가면서까지 자제하는모습을 보여준 방송사들이 프로진행 과정에서 이번 개편의 방침을지켜나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南再一기자〉 ○…방송위원회(위원장 金昌悅)는 12일 지난달방송된 TV및 라디오 프로그램중 SBS-TV의『미스터리 다큐멘터리-그것이 알고싶다』의「불가사의의 세계-무속과 초능력편」(김종찬 기획.강영권 연출)을 제25회「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선정했다.
지난달 16일 방영된 이 프로는 작두를 타거나 과거를 맞히고미래를 예언하는 무속의 여러 현상을 과학적인 실험으로 검증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단순히 미신으로 치부되어왔던 한국 무속의 바른 이해를 돕는데 일조를 했고 치밀한 구성 과 차분한 논리전개등으로「이달의 좋을 프로그램」으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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