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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경제>칠레 민주화로 경제기적 이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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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치불안.마약밀매.살인적 인플레.인권탄압의 대명사로 통하던「南美의 키다리」칠레가 최근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며 21세기 라틴 아메리카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국제화 수준.행정부 기능등을 종합한 신흥공업국가(NIES)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싱가포르.홍콩.臺灣.말레이시아에 이어 칠레를 5위로 선정하고 韓國을 6위로 떨어뜨렸다.
칠레는 1천3백만명에 불과한 인구,남북으로 가늘고 길게 늘어진 지리적 핸디캡을 안고 여타 南美국가처럼 가능성만 간직한채 오랫동안 좌익통치.군부독재로 방황해왔다.
특히 73년 9월 선거를 통해 세계최초의 사회주의정권을 탄생시킨 좌파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살해하고 집권한 아우구스토피노체트 장군(77)은 17년 가까이 철권통치를 휘둘렀다.정부측 발표로도 이 기간동안 최소 2천2백여명의 시 민이 납치,살해됐으며 1천명이상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민주화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85년부터 칠레는 연 5%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군사통치를 마감하고 90년 최초의 민간대통령으로 취임한 파트리시오 아일윈(74)은 과감한 개혁과 투자촉진을 통해 지난해 10 .4%라는 사상최고의 두자릿수 성장과 더불어 1백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안데스산맥 일대의 스카이라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쇼핑센터 건립붐이 일며 4백50만명에 달하던 극빈층도 90년이후 80만명으로 격감했다.사회안정에 따라 외 국자본유입이 늘고 산업전반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었으며 실업률은 4.9%,73년 유혈쿠데타 당시 6백%를 오르내렸던 인플레 역시 12.8%에 그치는「기적」을 보였다.
아일윈 대통령 자신은「전방위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구촌 곳곳을 도는 무역대사 역할을 떠맡고 있다.특히 지난 5월에는 최대 무역파트너인 日本을 방문해『유엔 安保理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지하는 대가로 칠레의 非상임이사국 자리를 보장해달라』고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없지 않다.무엇보다 피노체트가 막후에서 건재하다는 점이 가장 큰 두통거리.그는 종신 상원의원직과 97년3월까지 육군참모총장직을 겸하도록 보장돼 있는데다 47명의 상원의원중 9명을 임명할수 있는 권한도 갖 고 있다.軍은 아직 신성불가침의「성역」인 셈이다.
아일윈의 4년임기가 내년으로 만료됨에 따라 오는 12월11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일까지의 위기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칠레가 정권이양기를 눈앞에 두고 군부와의 마찰을 무난히 넘긴다면 가속이 붙기 시작한 고도성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奉華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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