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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글이름짓기 사전 펴낸 김슬옹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이름은 누구나 알아볼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한자이름중에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읽을수 없는 어려운 한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글의 달 10월에『한글이름짓기 사전』(미래사)을 펴내는 한글운동가 金슬옹씨(33)의 말이다.
『어려서 천자문을 뗀 제가 중학생이 돼서도 교복에 한자로 명찰을 단 고등학생 형들의 이름을 읽을수가 없어 몹시 난감했습니다.』 金씨는 어려운 한자를 섞어쓰는 신문에 분노를 느끼던중 철도고등학교1학년때 외솔 최현배선생님의『우리말 존중의 근본뜻』이란 책을 읽고 자신의 고민이 정당한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 길로 한글학회의「전국국어운동 고등학생연합회」에 가입한 金씨는 한글운동을 체계적으로 하기위해 철도공무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수정,최현배선생의 전통이 살아있는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연세대 국어운동학생회장시절 한글도안티셔츠를 국내 처음으로 보급하는등 대학에서도 한글운동을 계속했던 金씨는 대학2학년때 재판을 통해「金庸成」이란 한자이름을 슬기롭고 옹골차다는 뜻의 한글이름「슬옹」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재판과정에서 제 이름이 순한글 이름으로 바뀌어야 하는 역사적 이유를 대학노트 2권에 적어 제시했었지요.』 같은과 대학원에 진학해 한글공부를 계속한 金씨는 졸업후 월간 독서평설에 자신이 개발한 주제별 어휘학습법을 연재하기도 했다.
『2년여에 걸친 집필기간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전국에 산재해있는 순한글 가게이름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金씨는 또 민중들이 한자로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은 1백년도 채 안된다며 지금처럼 사회에 한글이름이 퍼지는 시기에 현대사회에 맞게 한글이름을 재창조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글문화를 진정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한글전용주의나 국한문혼용주의가 서로 대립해서는 안될것』이라고 견해를 밝히는 金씨는 이름을 지을때는 한자로 짓더라도 명함이나 신문.문패등 일상생활에서는 이름을 한자대신 한글로만 표기하자고 현실 성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랑스런 아들.딸들에게 누구나 손쉽게 아름다운 한글이름을 지어줄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법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자는 생각에서집필에 착수했습니다』라고 저술동기를 밝히는 金씨의 포부는 앞으로 박사과정에 진학,사전편찬학과 통일에 대비한 언 어정책을 연구하는 것이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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