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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철군 발표/클린턴 대외정책 비난고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의회 눈치보기·군비절감등 내세워/일부선 “제2의 베트남… 나쁜 선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소말리아파견 미군병력을 일단 증강한 뒤 조기에 철수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앞으로 소말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이 일 가능성이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은 ▲미 의회 등의 조기 미군철수 요구 분위기를 무마하고 ▲국제문제에서 유엔을 통한 다자간협력체제 강화라는 미국 대외정책의 구체화 등 두가지 목표를 함께 노리고 있다.
지난 3일 소말이아 군벌 파라 아이디드의 병력이 미군을 공격,미군 12명이 사망하면서 미 의회에서는 미군조기 완전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이와 관련한 결의안을 지난 7일 표결로 채택할 움직임마저 있었다.
하버트 미첼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를 비롯,65명의 하원의원과 상원의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의원은 물론 로버트 버드의원 등 민주당의원들까지도 클린턴의 소말리 정책을 비판하면서 소말리아주둔 미군의 조기철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3∼4주를 북미 무역자유협정(NAFTA)과 의료제도개혁을 의도대로 관철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면서 의회의 눈치를 보아온 입장이어서 오랜 시간을 끌지않고 철군할 것이 분명한 마당에 철군시한을 놓고 의회와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을 우려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철군결정을 발표하는 TV연설에 앞서 7일 오전 2시간30분동안 의회 양당지도자들과 사전협의를 갖고 철군시한을 6개월로 잡는데 양해를 얻었다. 철군시한을 둘러싼 의회와의 마찰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 의회의 비판외에도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소말리아에 미군을 파병한 이래 지출한 국방예산이 10억달러에 달하고 올해말까지 모두 5억5천만달러를 더 지출하게 돼 있어 계속된 군비지출은 클린턴대통령이 공약한 정부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편 클린턴대통령은 6개월내 미군철수 결정의 대안으로 미국을 제외한 한국 등 소말리아에 개입하고 있는 33개국에 군사적 참여확대를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말리아에서 미군이 완전 철군하고 나면 과연 나머지 유엔지휘하의 평화유지군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시사논평가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발표 직후 TV대담 등에서 미국이 없는 소말리아에서의 미국의 눈치를 보며 참여했던 나라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 소말리아사태는 오히려 더욱 악화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소말리아를 제2의 베트남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미국은 외국내전에 개입했다가 손해만 보고 물러나는 또 하나의 전례를 남겼다고 꼬집기도 했다.
냉전 종식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은 소말리아로 인해 세계지도국으로서 권위에 손상을 입게 됐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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