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민사찰/법사위(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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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반국가사범 아닌데 왜사찰하나”/“임의로 「위해분자」 설정… 권한남용 표본”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촉구하는 「단골메뉴」이외에 뚜렷한 현안 없이 진행돼온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7일 민주당 강철선의원이 제기한 검찰의 대국민 사찰활동 의혹제기는 「예상했던 질문 수준」에 느긋해 하던 검찰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민주당 강수림의원의 조남풍 전 1군사령관에 대한 비리의혹 제기도 순조로운 감사진행을 기대했던 김도언 검찰총장을 몰아 붙이며 사정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이날 국감의 몇 안되는 주목거리중 하나였다.
법무부와 검찰은 대부분 변호사자격을 가진 법사위원들의 「한계」와 올들어 개혁정국을 이끈 사정활동이외에 뚜렷한 공안관련 현안이 없다는 판단아래 국감을 맞이해왔다.
그러나 대검찰청에 대한 감사개회선포와 함께 강 의원이 『공안관련 문건에 대한 문서검증부터 실시하자』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자 대기중이던 공안관계자들은 「공안관련문건」의 진의를 파악히기 위해 일순 분주해졌다.
강 의원은 이어 『검찰공안부가 81년 6월18일 제정된 「공안자료 관리지침」과 「공안사범자료 관리규정 시행지침」 「공안자료관리 및 송부철저」 등 예규에 따라 사건화 여부를 불문하고 이른바 위해분자·단체 등에 대해 사찰자료를 카드화해 불특정다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특히 사건화와 관련없는 사찰이란 검찰권 오·남용의 표본』이라고 질문공세를 펴나갔다.
문제가 된 공안관련지침은 ▲공안관계자료 보조관리의 일원화·계속화 ▲공안정세의 효율적 파악·수집과 대처 ▲공안업무 및 공안검사 전문화에 기여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공안 820­6413호 예규 등 3건. 강 의원이 문건 검증과 일문일답까지 주장하며 질문의 공세를 늦추지 않자 검찰은 『검찰이 공안사범에 대한 기록을 수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시인하고 대신 『검찰의 인력 등에 비추어서도 그 대상은 반국가단체사범 등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을 뿐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으며 이 자료의 공개는 대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결국 김 검찰총장으로부터 『국회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공안관련 업무수행에 있을지도 모를 검찰권의 남용 등을 철저히 방지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예규의 보완·개정작업을 벌여나가갰다』는 대답을 이끌어 낸 강 의원의 지적은 「한물 간」 주제로 여겨지던 공안수사의 문제점을 적절한 시기에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날 강수림의원은 『방산업체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아 이중 개인적 용도로 2억원을 쓰고 나머지 1억원으로 기무사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는 조 전 사령관의 범죄혐의를 인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율곡사업 관련 비리수사의 은폐·축소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하며 사정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강 의원은 유일하게 보충질의까지 벌여가며 김 검찰총장으로부터 『조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궁색한 답변을 이끌어 낸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잡아넣는 식으로 검찰권을 운용할 것이냐』고 질책하며 이날의 국감을 마무리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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