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요구 부분수용 「고육지책」/새 약사법개정안 내용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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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측 모두 만족안해 불씨는 여전/정부측선 “더이상 양보없다”단호
정부가 당초 다음주중 발표할 예정이었던 약사법 개정안을 서둘러 확정,8일 발표한 것은 한­약 양단체간의 대립,한의대생과 약대생의 집단 수업거부 등 극한으로 치닫는 한­약분쟁에 더이상 정부가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불식시키고 불법적 집단 이기주의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수용했던 경실련 중재안 등 한약사제도를 반영한 약사법 개정확정안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만큼 한­약분쟁 해결에는 역부족한 내용이다.
○반발완화에 역점
다만 한의사측에서 그동안 한약사제도를 도입하고 약사에게도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한 경우 한약 조제권을 인정하기로해 한의사와 약사의 이해·주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양측의 반발완화에 역점을 둔 고육지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사부는 이같은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약사와 한의사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한약조제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영역의 존중이 불가피하며 그 방법은 정부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의약분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보사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한약사의 도입시기를 명시하지않고 한약사가 배출되려면 적어도 5∼6년이 경과해야 하기때문에 이 기간까지는 한의사나 일부 한약취급 약국에서만 한약을 조제하게 됨으로써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한의사·약사측의 불만도 여전해 약사법개정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료일원화 역행
◇한·약반응=약사회는 일단 한약사제도 도입이 한·약 협조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의료일원화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약사회는 한방의약분업의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점에 대해 형평을 잃은 처사라며 『법시행 2년후에 실시될 양방 의약분업 부분에서도 의사들이 주사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해 완전 의약분업이 아닌 부분 의약분업이 고착화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오전 11시 상임이사회를 열고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고 있으나 정부의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의사측도 한약을 취급해온 약사의 기득권을 한시적으로 인정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근본적으로 약사의 한약조제권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생반응=약대생들은 이번 보사부 개정안이 자신들이 주장해온 의약 강제분업과 의료일원화 취지에 크게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약대생들은 또 한약·약학관련학과 졸업생들에게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해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는 한약사제도 신설안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기존주장인 한·양 통합약사제 정신에 어긋난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의료일원화로 가는 과정에서 과도적인 조치로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한방의약분업의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는 여전히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경희대·원광대 등 각 대학 한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보사부 확정안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직후 『보사부 확정안은 당초 우리의 주장이었던 약사의 한약 임의조제금지원칙을 보장하지 않은채 현상적인 갈등만을 해소하기 위한 「나눠주기식」 방편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단이기 불용”
◇정부방침=보사부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한의사·약사측의 반발 가능성에 엄정 대처해 더이상 집단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약국의 집단 휴·폐업에 대해서는 지난달 25일 보사부장관 고시대로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권리를 침해하는 부당한 보건·의료사업자 행위로 규정,주동자는 형사입건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약국의 휴·폐업같은 집단행동은 더이상 묵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약대·한의대생들의 집단 수업거부 등에 대해서도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보사부는 이번 개정안에도 약국의 휴·폐업을 사후신고에서 사전신고제로 바꾸고 관계기관이 휴·폐업 약국에 대해서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신설했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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