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TV드라마 제작전문가 NHK 후지다 미치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좋은 TV 드라마는 배우를 통해 진실을 드러내야 합니다.가볍게,혹 무겁게 다루느냐에 관계없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노인.
세금.주택.교육문제등을 주제로 잘 다듬어진 드라마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방송개발원의「해외방송인 초청워크숍」프로그램을 위해 5일 내한한 후지다 미치로(藤田道郎.59.일본 NHK高화질부장)씨.그는 30년동안 NHK에서 오로지 TV드라마의 기획.제작.연출을 맡아온 일본내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연출.제작 자다.
『일본은 지금 대단한 불경기를 겪고 있습니다.불경기는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쳐 방송사마다 돈이 많이 드는 드라마 제작을 꺼리고 있죠.』 일본에서는 거품경제가 걷히면서 불어닥친 불황으로방송사마다 지금까지 인기가 있었으나 제작비가 많이 들던 시대극을 기피,이른바「트렌디 드라마」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트렌디드라마의 기본구조는 부모나 직장 상사의 수직적 관계뿐만 아 니라 등장 인물들의 지나온 과거도 과감히 잘라버리고 오로지 현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중 취향적 연애드라마다.따라서 최첨단 유행거리에서 최신 풍속과 패션을 배경으로 젊은 사람들의 연애.결혼.직장 라이벌 관계등을 주로 다룬다고 한다.그 러나 그는 이러한 트렌디 드라마의 성행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점차 퇴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TV를 시청해보니 코믹하고 심각하지 않은 프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것 같습니다.그런 점에서 일본 TV와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TV드라마의 질적 문제가 항상 거론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그러나 그는 TV드라마의 저질문제는 크게 걱정할게 아니라고 말한다.저질화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저질 프로는 자연히 도 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방송의 질은 결국 방송인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방송인들은 사명감을 갖고 프로를 제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특히 그는 최근 벌어진 모스크바의 保革대결 시가전 모습이 생생하게 방송되는 상황을 접하고는 갈수록 드라마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아무리 진실을 담고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도 이러한 생방송에는 당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기자클럽상을 수상한『獸道』외에 2백여편의 드라마를 연출.제작했다.
〈李順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