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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정보도 경영에 함수-정확한 날씨예측은 곧 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 …… …… …… …… …… …… …… …… …… …… …… 지난해 일본 규슈(九州)에서 화산이 폭발했을때 NEC등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화산재로 반도체 생산 수율(생산품중정상품 비율)에 상당한 차질을 주었기 때문인데 이들은 폭발 하루전 화산폭발예 보가 나오자 공기흡입구에 필터를 보강하는등 서둘러 재해 방지에 들어가 그나마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수 있었다. 일본이 반도체 공장을 절대로 해변에 세우지 않는 것도 바람속에 묻어들어오는 염분이 혹시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반도체조차 자연의 힘 앞에는 얼마나 무력한지,또 기상에 대한 사전 예보가 얼마나 피해를 줄일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지진과 태풍.화산폭발등 기상이변이 잦은 일본은 경제적非효율성을 무릅쓰고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아예 반도체 공장을 3~4개 지역에 분산시켜 놓고있다.
…… …… …… …… …… …… …… …… …… …… …… …… 국내에서도 이상저온으로 섭씨 30도 이상의 일수가 평년의3분의 1인 11일에 불과했던 이번 여름에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등 가전업체의 에어컨이 30%이상 재고로 남았다.
이들은「윤달 낀 여름에 땡볕 더위는 없다」는 속담에 따라 판매목표를 줄여잡았지만 어느달에 집중판매 포인트를 잡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할인판매등을 6월부터 이르게 실시한 회사는거뜬히 판매목표를 채운 반면 초반에 잘팔려나간다 고 본격적인 판촉활동을 7월 이후로 늦춰잡았던 업체들은 죽을 쑨 것이다.
올 7,8월은 예년보다 평균 1.2~1.5도나 낮은 저온현상을 보였지만 6월에는 평년보다 오히려 0.4도가 높았고 특히 6월말 열흘동안은 장마까지 실종된채 불볕 더위가 이어진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 3년동안 여름과 겨울날씨가 들쭉날쭉하는 바람에 국내기업들도 의류와 식품(음료및 도시락업체 포함).家電.건설.항공업체등을 중심으로 기상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연간 50만원 정도 회비를 내고 기상청 子회사인 기상협회에서 정기적으로 기상정보를 받는 업체가 5백개를 넘어섰고 날씨 자동응답전화를 이용하는 빈도도 매일 7만통에 이를만큼 이용횟수가 늘어났다.
또 기상청은 태풍 때문에 출항을 못해 선적기일을 못맞춘 업체들이나 장마로 준공날짜를 못지킨 건설업체들에 손해배상을 당하지않도록 기상증명서를 끊어주는등 다양한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상청 金鎭培공보관은『기류변동을 어림잡아 분석하는 월간및 계절별 예보는 적중도가 50%정도지만 구체적인 일기도를 바탕으로예보하는 일일예보의 적중도는 83%,주간예보의 적중률은 70%로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상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못따라잡는 실정이다.
기상협회는 일일 일기예보와 주간예보,월간예보,3개월 단위의 계절별 예보등 기상청이 내놓는 자료를 그대로 배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연간예보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또 외국과는 달리 틀렸을때 비난을 우려해「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높은)수준…」정도에 그치는 소극적인 장기예보는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따라서 1년전에 미리 에어컨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부품 발주를마쳐야하는 삼성전자.금성사등은 상당한 돈을 들여 일본에서 장기기상정보를 제공받는 실정이다.
심지어 소규모 의류나 음료업체 사장들은 아직도 철학관을 찾아점을 보며 상품이 팔려나갈 무렵의 날씨를 짚고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일본은 민간 기상예보업체들이 활발히 생겨나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인 카길社는『정확한 날씨 예측은 곧 돈』이라며 인공위성의 전용회선을 이용해 전세계의 기상정보를 모으고곡물을 매입하거나 파는 시점을 잡는데 적극 이용하고 있다.
곡물시장에서는 88년 가뭄때 부셸당 5달러20센트(시카고 선물시장가격 기준)였던 대두가격이 한달 사이에 10달러80센트로폭등하기도 했으며,올 7월초에는 홍수 때문에 대두 가격이 5달러60센트에서 7달러60센트로 뛰어오를만큼 날씨 가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美.日선 유망산업 일본에서는 민간업체들이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세밀한 부분까지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가령 골프장을 찾는 사람에게는 내일 바람은 어느정도 불고 어느 골프장이 가장 골프 치기 좋은지까지 알려주고,항공회사들에는 비행기의 양력을 좌우해 기름소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풍향과 풍속에대해 자세히 제공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금성사 兪重凡마키팅부장은『상당한 금액을 주고 일본으로부터 6개월치 장기예보를 사들였으나 실제로는 들어맞지 않았었다』며『그러나 그 업체는 중간중간에 왜 자기들의 예보가 들어맞지 않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주었다』며 이미 유망사업 으로 자리잡은 날씨산업에 혀를 내둘렀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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