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시리아 화해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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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랍의 적' 이스라엘과 '초강경 아랍 국가' 시리아 사이의 평화협상이 4년 만에 재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 판도가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협상 재개 신호를 보낸 측은 시리아다. 이라크 전쟁 후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바샤르 대통령은 지난주 터키 방문 때도 이스라엘과의 협상 재개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은 12일 아사드 대통령의 예루살렘 공식방문을 제의했고 13일에도 "아무 전제조건 없이 평화회담을 재개하자"고 촉구했다.

시리아는 일단 "예루살렘 방문은 안 된다"고 거절했다. 1977년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이 성과없이 예루살렘을 방문한 뒤 아랍권의 거센 비난을 받은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계속 "실질적이고 진지한 협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밀고 당기기'는 양국의 입장차에서 비롯된다.

시리아는 "양국의 4년 전 합의가 대화의 출발"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와 고(故) 하피즈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의 상당 부분 시리아 반환'에 접근했지만 돌연 시리아가 '전체 반환'을 요구, 협상이 2000년 1월 중단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다마스쿠스 사무실 폐쇄▶테러단체 지원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며 원점에서의 대화 시작을 주장한다.

아랍어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스트는 "양국이 언론을 통해 협상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단계"라며 "시리아가 결국 이스라엘의 요구에 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의 일간 하레츠도 13일 아사드 대통령과 만난 빌 넬슨 미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 "시리아는 전제조건 없이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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