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성(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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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포츠 심리학에 「경쟁불안심리」라는 것이 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갖게 되는 불안감이나 공포심,또는 스트레스 따위를 일컫는다. 전문가에 따르면 선수들이 「가치있는 결과를 얻어야 하고 능력을 입증받아야 한다는 믿음」 「부모·가족·친구로부터 기대에 부응할만한 정도가 되어야한다는 믿음」 「어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때 그것이 꼭 일어나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같은 것에 빠지게 되면 이상한 심리반응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선수들의 심리적 부작용은 주의집중이 잘 안되고,쉽게 피곤해지며,감정조절이 어렵게 되는 등 여러가지 증세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경기력을 현저하게 저하시킨다는 이론이다. 스포츠 심리학이라는 특수한 학문이론이지만 이같은 이론은 우리 인간들의 삶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심리적 불안감은 대개 외부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크게는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으로부터,작게는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예민하게 신경쓰게 되고,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기우는 경우 위축감이나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이 느끼는 그같은 위축감이나 압박감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의 모든 상황을 공연히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생각해 스스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지면 심인성 정신병으로까지 발전한다. 이것은 원인을 제공한 외부적 요인의 제거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엊그제 대법원은 남편의 심인성 발기부진을 이유로 아내가 낸 이혼청구소송을 『부부가 합심하고 전문의의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남편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파기 환송했다. 그 이유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판결이다.
이 경우 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심리적 위축감이나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느끼는 것이든,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든,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외부적 요인 뿐이다. 그 외부적 요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름아닌 정치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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