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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인디언들 “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부통령에 당선된 카데나스 권익옹호 앞장/500여년간 소외돼온 설움 벗어날까 기대
지난 6월의 볼리아 대통령선거 이래 이 나라 전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디언들은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갖고 살아가게 되었다.
대통령선거가 볼리비아의 4백70만 인디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게된 것은 현재의 대통령인 곤잘로 산체스데 로사다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출마한 아이마라부족 출신 인디언 빅토르 유고 카데나스가 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카데나스의 부통령 당선은 19세기 초부터 남미대륙에 식민지 독립의 물결로 신생국가들이 들어선 이래 인디언들로선 최고위직에 오른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카데나스 부통령은 지난달 취임 이래 인디언들의 권익옹호에 앞장서 볼리비아에 새바람을 몰고왔다.
올해 나이 41세인 카데나스는 교사 출신으로 지난 85년에 튜팍 카타리 혁명해방운동이라는 정치단체를 설립하면서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다.
튜팍 카타리는 1781년 스페인 식민지 시설 아이마라 부족 독립운동의 지도자로 활약하다 붙잡혀 처형당한 인물로 카데나스의 정치입문 동기도 카타리의 유지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카데나스가 인디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데는 볼리비아내에 엄존하고 있는 인디언들에 대한 차별정책을 시정하기 위해서다. 카데나스는 아버지가 인디언이라는 이유로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 궁핍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학창시절 아이마라어 대신 스페인어를 배워야 했으며 심지어 아버지 성 초케완카 대신 어미니의 조모 성을 따 카데나스로 살아온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의 아내 리디아도 교실에서는 아이마라족의 고유의상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아이마라 말을 가르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같은 불합리한 현실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마침내 카데나스에게 찾아 왔다.
대통령선거에 나선 백만장자 광산업자 로사다 후보가 미국에서 교육받은 자신의 약점을 인디언 출신 부통령후보를 내세워 만회하기 위해 카데나스에게 부통령 출마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로사다대통령의 당선이 카데나스에 대한 인디언들의 몰표 지지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에 카데나스는 스페인 정복이후 5백여년동안 소외되어온 볼리비아 인디언들의 권익 개선에 상당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카데나스 부통령은 인디언들을 위한 제도개혁의 대상으로 인디언어를 포함한 복수 언어교육,인디언들의 전통의상 착용금지 조항 폐지,교과서 개정과 새로운 교사 교육과정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개혁을 절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우리들은 5백년 이상 참아왔으므로 5년 내지 15년을 참지 못해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신임 부통령 카데나스의 신념이다.<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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