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제재」 탈출구찾기/북 「실무접촉」 왜 제의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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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측 긍정적… 특사교환 성사여부에 주목/미와 3단계 회담위한 모양갖추기 측면도
북한이 5일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하고 우리 정부도 이에 적극 응할 태세여서 지난 1월이후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번 남북접촉은 한국으로서는 새 정부 출범이후 처음이고 북한도 지난 5월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취임 등 사실상 후계체제의 닻을 올린후 첫 남북대좌라는 점에서 양쪽 모두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대좌는 제대로 진전되면 지난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후 야기된 북한 핵문제를 남북한의 협상테이블로 끌어 올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20일 우리측의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접촉 제의이후 남북은 대화형식·의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채 24차례의 핑퐁식 전통문 주고 받기 공방전만 벌여왔다.
더구나 북측은 우리측이 특사교환을 수용했음에도 지난달 6일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으로 핵전쟁연습 및 국제공조체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새로 요구,남북관계는 오히려 경색국면을 맞기도 했다.
이런 난산끝에 이뤄진 5일의 실무접촉은 특사교환에 따른 방문일정·의전절차·신변안전문제 등을 다루게 된다.
남북은 의지만 있다면 절차적인 이들 문제에 쉽게 합의해 남북대회에 큰 물꼬를 틀수 있다.
그러나 9개월만의 이번 접촉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성급할지 모른다. 북한은 2일의 전통문에서 『귀측은 실무접촉에 나와 우리측이 제기한 원칙적 문제들에 대한 명백한 대답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실무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온 핵전쟁연습과 국제공조체제 중지를 철회한 것이지만 실무접촉에서 이를 논의할 것을 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사가 다룰 의제문제도 남북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측은 특사교환에서 선 핵문제해결 후 기타현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북측은 비핵화이행·정상회담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의 대화제의 시점 등 북측의도가 분명치 않은 점도 회담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달 특사교환을 받아들인 우리측 대화제의를 거부했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가 1일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대화제의를 해왔다.
북한은 핵문제가 IAEA에서 유엔안보리로 넘어가는 것을 피하려는 속셈에서 남북대화를 이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와함께 미국과의 3단계회담 성사를 위한 모양갖추기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은 남북대화에 진전이 있어야 남북과 3단계회담을 갖겠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날 제의로 대북제재라는 발등의 불을 끄면서 북미 3단계 회담의 디딤돌을 마련한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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