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정무제2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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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대 趙敬姬 2대 金榮禎 3대 李季順 4대 金甲現 『집행부서가 아니라서 겪게되는 업무추진상의 애로점은 무엇입니까.소신껏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인은 무엇인지요.』 『현재 여성관련업무와 정책은 각부처에 분산돼 있어 좀더 효율적.통괄적으로 지휘.조정할 독립부처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정무 제2장관실은이제 여성부로 이름을 바꾸고,여성문제를 좀더 폭넓게 다룰수 있도록 기구도 개편해야 되지 않습니까.』 국정감사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정무 제2장관실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의 따가운 질책보다 이같은 격려성 질문의 연속이다.기능직까지 포함해봤자 총 39명뿐인 직원이 1년내 19억원도 못되는 예산을 집행하는초 미니 부서를 놓고 혹 독히 따지고 말고 할게 뭐 있느냐는 분위기다.사실상 웬만한 여성단체의 연간 예산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현실을 생각할때 한 나라의「여성정책 전담부서」라는 이름이 차라리 쑥스러울 지경.
盧泰愚前대통령의 선거공약에 따라 88년2월25일 정무 제2장관실의 기능이 여성업무 전담부서로 조정됐다.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너무 소외당했다며 여성정책 전담부서 신설을요구해온 여성계의 오랜 소원이 마침내 이뤄진 것 이다.그러나 당초 국무총리 훈령에 따르면 여성뿐 아니라 어린이.노인.청소년및 문화예술관계 업무도 맡도록 되어있었다.사회.문화에 관한 업무를 대상으로 하되,특히 여성분야에 중점을 두도록 훈령이 개정된 것은 90년6월.
6共 출범과 함께 유일한 여성각료가 된 初代 趙敬姬장관은『2천만 여성의 대표로 뽑힌 중압감 때문에 가슴이 벅차다』는 취임소감으로 당시 여성계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드러냈다.
趙장관에 이어 2대 金榮禎장관,3대 李季順장관,4대 金甲現장관,그리고 현재의 權英子장관등 역대 장관 5명 모두 여성인 정무 제2장관실이 지난 5년반동안 추진한 주요업무 실적은 그 규모나 위상을 감안할때 결코 적지 않다.▲전국 시. 군.구에 가정복지과 확대 설치▲시.도 가정복지국장과 시.군.구 가정복지과장에 여성을 임명토록 하고,12개 시.도지역에 22명의 여성동장과 최초의 여성 파출소장을 탄생시키는등 중견관리직 여성공무원의 진출 확대▲공무원 임용시험령과 지방 공무원 임용령 개정으로性구분모집 폐지▲세무대.경찰대.철도전문대.농협전문대의 여학생 입학제한 철폐▲내무부.교육부등 중앙부처소속 15개 연수기관의 공무원 연수에 남녀 평등의식 교육 포함▲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원국으로 진출▲여행원제 완 전 폐지와 5백인이상 대기업의 성차별적 취업규칙 개선지침 시달….그런데도 여성계에서는『정무 제2장관실은 집행력이 없는 상징적 기구에 불과하다』『정부의 어엿한부처라기에는 법적 지위와 권한.기구.예산등이 너무 보잘 것 없다』『영향력도 신통찮은 위원회 성격에 가깝다』는 등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조직법 제18조에 정무 제2장관실은「대통령및 그 命을 받아 국무총리가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토록 되어있다.업무 추진방식은 대화와 여론수집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에 관한 대책건의.원초적으로 독창적 정책수립이나 집행은 어렵고 각부처 의 여성관련업무에 대한 조정기능만 할수 있는 것이다.사실상 업무협조란 시책 집행 부서들 사이에 역할을 나누는 것인만큼 전문가도,예산도태부족인 정무 제2장관실이 내놓는 정책제안이 실효를 거두기란 어려울수 밖에 없다.
權장관은『金泳三대통령이 여성정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있어 거의 모든 장관들이 정무 제2장관실의 제안에 일단 귀기울이려 애쓰는 분위기』라고 전한다.그러나 합리적인 제도적 뒷받침없이「비교적 호의적인 자세」정도에 의존하기에는샤 하루빨리 힘모아 풀어내야할 여성문제가 너무 많은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5월「여성관련 정부기구,이렇게 가꾸자」를 주제로 도산아카데미연구원과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정무제2장관실 업무를 보강할수 있는 여성처 신설▲국무총리 직속 여성정책심의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된것도 정무 제2장관실의 근원적 한계 때문이다.
지난 6월 한국여성개발원도 뒤이어「여성정책담당 국가행정기구 기능강화방안」세미나를 열고 性別구분이 강조된「여성」대신「평등」이란 말을 사용하며▲국무총리산하 중앙행정기구로 평등지위처 신설▲대통령 직속 평등지위위원회 설치▲「평등지위장관」 이 여성관련업무의 조정과 총괄을 책임지도록 하는 정무 제2장관의 기능강화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가하면 23일 제30회 전국여성대회를 연 한국 여성단체 협의회도 건의문에서「대통령 공약사항인 대통령 직속 여성정책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각각 약간씩 차이는 있어도 현재의 정무 제2장관실,그리고 정무 제2장관실이 간사로 되어있는 총리실 직속 여성정책 심의위원회로는 그 많고 많은 여성문제들을 속시원히 풀수 없다는데 한결같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전세계적으로도 어떤 형 태로든 여성문제 전담기구를 강화하는 추세.
***大統領관심 큰 힘 金대통령은 權英子장관등 문민정부 출범에 헌정사상 유례없는 3명의 여성장관과 최초의 여성차관(정무 제2장관실 金貞淑보좌관)을 기용했고,정무 제2장관의 업무보고를받는 자리에서『정무 제2장관실이 여성정책을 위한 部라는 사실이잘 나타 나도록 새로운 명칭을 만들것』을 지시하는등 여성문제에대한 각별한 관심 내지 강한 정책의지를 수시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여성대회에서는『여성들이 사회 각분야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앞으로 여성을 기관장 또는 부기관 장으로 임명하는데 인색하지 않겠다』고 밝혀 여성들을 고무했다.
그러나 난마처럼 얽혀있는 여성문제들을 종합적.장기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틀을 외면한채 이따금 개별적 사안들을「선심쓰듯」발표하는 것으로는 여성문제에 대한 문민정부의 깊은 이해와 진지한 정책의지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여성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일시적 겉치레 관심이나 약속에 솔깃하기에는 2000년대를 눈앞에 둔 여성들의 눈과 귀가 너무 열려있다는 것이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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