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전격 의회해산/12월 조기총선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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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보수파선 “쿠데타다”… 대행선임
【모스크바=연합】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내정개혁의 최대장애가 되고 있는 보수파를 제거하기위해 21일 보수파 아성인 최고회의(의회)와 헌정상 최고 권력기관인 인민대표대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연방의회 구성을 위한 12월 조기총선 일정을 발표하는 전격적인 헌정중단 조치를 단행,그동안 권력투쟁을 벌여온 보수파와의 결전을 선언했다.<관계기가 5,6면>
반면 최고회의는 엘친 대통령의 이같은 비상조치를 위헌으로 규정,그의 즉각적인 퇴진 요구와 함께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한편 옐친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선포함으로써 러시아 정국은 91년 보수파의 불발 쿠데타이후 최대 혼란에 빠졌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밤 예고없이 20분간 생중계된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12월11,12일중 연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시장 개혁을 고의적으로 저해하고 있는 의회를 제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같이 전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됐다면서 자신의 정적들이 러시아를 끝없는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의회의 모든 권한을 즉각 정지시킨다고 밝히고 이에 저항하려는 어떤 기도도 의법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어 12월 총선을 통해 상·하원 연방의회가 구성돼 활동을 개시한 뒤에 대통령선거도 조기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루슬란 하스블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은 즉각 반격에 나서 옐친의 조치를 쿠데타로 규정,퇴진을 요구했으며 전국적인 총파업과 함께 군경에 대해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할 것을 촉구했다.
비상소집된 의회는 옐친 대통령의 자격 박탈을 표결에 부쳐 출석의원 1백39명중 1백36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최고회의 지도부는 이와함께 최고회의 간부회의를 비상 소집,루츠코이 부통령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임명하고 옐친 대통령이 헌법 121조 6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
루츠코이 부통령은 이어 대통령 대행으로서 첫 포고령을 선포하고 옐친 대통령의 조치를 무효화하는 한편 러시아내 모든 정부지도자들에게 자신과 의회의 지시에 따를 것을 명령했다.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중앙은행 주변에는 이날밤 군경 병력을 실은 35대의 군용트럭이 배치됐으나 이들의 배치 목적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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