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V시대>7.문제점-자생력 취약..소화불량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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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5년 방송개시를 앞두고 구체적인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CATV의 앞날이 꼭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미국의 경우처럼 시청자들의 자연스런 요구에 따라 시장이 형성되고 업체들이 생겨나는등의 시장원리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고 정부의 계획 과 구도에 따라 추진된다는 점에서 다소 무리한 점이 없지 않다.
위성방송의 전송방식이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나머지 현실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디지틀방식으로 결정된 점에서 미뤄 알 수있듯이 CATV도 사회.문화적 성숙이 가져온 것이라기보다는 기술.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정부의 주도적인 감행( ?)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따라서 문화적 기반의 취약으로 인한 프로그램 제작및 수준의 문제,사업자들 사이의 상업성 문제등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프로그램 공급업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공중파방송이 외국과 달리프로그램 제작에서 송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독점하고있기 때문에 독립프러덕션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다.공중파방송의 경우 그동안 일정부분 외부에서 프로그램을 공급 하도록 강제규정을 두었으나 대부분 자사에서 설립한 프러덕션에만 외주를 줘 사실상 독립프러덕션의 육성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실제 방송용 프로그램을 단 한편이라도 제작해본 경험이 있는 프러덕션이 1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앞으로 운용되는 20여개 채널을 메울 프로그램의 수준을 짐작케한다.역시 프로그램공급업자들로부터 외주를 받은 독립프러덕션들이공중파방송의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요구를 채우기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부분 자체제작을 하게될 프로그램공급업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총 20개업체 가운데 실제 TV용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사업자는 몇안되는 실정이다.물론 보도.교양.스포츠.교육등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적인 경험을 축적해온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전문적인 경험을 방송으로 구성할 능력이 있는가는 별도의 문제다.
미국의 CNN처럼 24시간 뉴스방송을 하게될 연합TV뉴스의 경우 직원을 3백여명정도 확보하고 현재 연합통신 지방주재기자들을 재교육시켜 활용한다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그러나 CNN같이 전세계를 취재대상으로 하는 방송과는 달리 대부 분 국내 뉴스(해외방송비중 최대 30%)로 24시간을 채워야 하는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TV경험이 없는 기자들을 1년안에 교육시켜 취재일선에 투입할 경우 공중파방송의 뉴스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보도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하는 것도 의문으로 남는다.
영화채널의 경우도 외화비중을 30% 이내로 묶고 있는데 대부분 할리우드物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율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70년대이후 제작된 방화가 2천여편에 이르러 시간을 때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나 그것들이 수 신료를 지불하고 볼만한 작품수준에는 못미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종합유선방송국 사업자에게도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우선 전송망 사용료의 문제다.전송망 사업에 뛰어들려고 하는업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전국 1백16개 단위 망사업에는 단위 방송국당 50억~70억원,총 6천억~9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이러한 초기 투자에 대한 보전으로서 가입자의 월수신료에서 4천~6천원 정도는 사용료로 가져가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월 1만~1만5천원의 수신료를 받아 이 가운데 절반을망사업자에게 주게되면 단위방송국은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단위방송국 설립에는 대략 40억~50억원정도의 예산이 드는데 설립신청자의 입장에서는 가능한한 망사용료가 낮게 책정돼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기술적 측면이 강조된 CATV사업은 이같은 산적한 문제를 앞에 두고 있다.세부조정이 이뤄지겠지만 CATV가 적정한 가입자를 확보하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체로서 뿌리내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金祥道기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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