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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현지를가다>6.다음 문제는 골란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이번 가자-예리코 자치안이 中東의항구적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면 다음 차례는 골란고원문제 해결이다.이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의 협상도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이스라엘인들은 거의 모두 예리코나 가자는돌려줄 수 있을지 몰라도 골란고원은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골란고원을 시리아에 내주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것이다.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예루살렘 시내와 이스라엘인 집단거주지 곳곳엔 벌써부터「이스라엘♥ 골란」또는「골란은 이스라엘과 함께」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골란고원이 어떤 곳이길래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토록 연연해하는것일까. 골란고원은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를 거쳐 3백㎞쯤 북쪽에있다. 예리코에서 요르단江을 오른편으로 끼고 3시간쯤 달리자 요르단江의 발원지인 타이베리아湖가 나타났다.요르단江은 폭이 23m에 불과해 강이랄 것도 없지만「물이 곧 金」인 이들에 겐 생명의 원천이나 마찬가지다.
타이베리아湖 오른쪽 호반을 따라 한동안 달리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됐다.5분쯤 더 달리자 타이베리아湖를 저만치 내려다 보는 곳에 이스라엘군부대막사가 나타났다.
정문에서 보초를 서던 라미하사(20)는 마침 아랫지역에 있는부대에 근무하다 면회온 女軍 애인과 근무반 데이트반 여유있는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뒤돌아 보십시오.바로 아래는 이스라엘의 생명선과 마찬가지인타이베리아湖 입니다.이스라엘인들이 쓰는 물은 지하수를 빼고 모두 여기서 갑니다.그리고 육안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여기서 대포를 쏘면 이스라엘 전역이 사정권입니다.거꾸로 여 기서는 시리아.레바논.요르단을 한눈에 굽어볼수 있습니다.이 지역을 시리아에돌려주는 것은 방위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군기가 빠져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그는 골란고원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를단호하게 말하고 『현재 시리아와의 협 상을 잘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실탄 1백40발에 이스라엘製 글릴론 자동소총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다.
다시 위쪽으로 차를 몰아 해발 1천1백m의 평평한 고원지대에이르자 기온이 선선할 정도로 떨어졌다.돌과 앙상한 가시덩굴 뿐인 황무지 여기저기에 67년 6일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에 의해 벌집이 된채 방치된 시리아군의 바라크와 트럭의 잔 해들이 당시의 격전을 말해주고 있었다.
거의 정상에 이르자 시리아 쪽을 겨눈 2대의 탱크가 나타났다. 『군인이니까 정부의 결정에 따를 뿐이지만 잘 모르겠다.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병사들은 골란고원에서 철수하는데 반대한다.』美製 M-60탱크 위에서 4인1조로 근무하고 있던 단 상병(18)은 『시리아군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였다.
여기서는 육안으로도 앞쪽으로 시리아,왼편으로 레바논,오른편으로 요르단이 한눈에 들어왔다.그제서야 이스라엘사람들이 골란고원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에 중턱에 위치한 카츠린 키부츠를 찾았다.인구 5천명으로 골란고원내 최대 이스라엘인 정착지인 이곳엔 대규모 와인공장까지 있었다.『이곳에 생활터전을 마련한 1만5천명의 정착민들은 시리아와의 협상자체에 반대하고 있다.보상책 이 마련되지않은채 무조건 이곳을 떠나라고 하면 끝까지 이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이곳 정착민 모티(36)의 결연한 표정은 골란고원문제 해결이 결코 간단치 만은 않을 것이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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