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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해방세력들 자치안서명 문턱서 內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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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팔레스타인 자치협상의 한쪽 당사자인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는「가자-예리코 자치案」공개 하루만인 지난달 30일 내각의 승인을 받아내는등 팔레스타인 자치 허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정작 45년만에 이스라엘 군사정부로부터 벗어날 기회를맞은 팔레스타인측의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은 열흘이 넘도록PLO내외부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해 진땀을 흘리고있다.
아라파트가 이같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자치안을 끌어내는과정에서 팔레스타인人의 解放이라는 대의명분 이외에 정권위기 극복이라는 개인적 동기가 개입된데다 잡다한 팔레스타인 조직들간의이해가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걸프전이래 아랍국가들의 지원중단으로 PLO가 재정파탄에 빠지면서 20여년 난공불락의 아라파트의 카리스마도 급속히 약화됐다.이에 반비례해 87년 인티파타(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의 시작과함께 폭력을 통한 해방을 주장하며 등장한 反PL O조직 하마스의 점령지내 영향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PLO 내부에서는 아랍.서방으로부터의 외교적 고립,점령지내 영향력의 약화등 안팎의 벽에 부딛혀 중동평화 문제해결에서 완전히 배제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지도부 교체론까지 나오는 실정이었다.
아라파트가 이스라엘과 비밀협상을 시작,「항복문서」라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의 자치안을 서둘러 만들어냈지만 앞으로 최소한 2단계의 고비가 남아있다.
그 첫째가 PLO내부의 반발을 무마하고 이스라엘과의 자치안 서명및 의회격인 팔레스타인민족평의회(PNC)의 비준절차를 밟는것이다.서명을 위해서는 18명으로 구성된 PLO집행위원회(내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자치안 서명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열린 PLO집행위는 아라파트의 수석보좌관인 바삼 아부세리프조차『조기에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실토할 정도로 격론만 거듭하고 있다.
특히 요르단강서안 대표 마흐무드 다위시,레바논내 팔레스타인 대표 사피크 알후트 등 2명의 집행위 멤버는『아라파트의 독단적양보에 공동책임을 질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PLO내 급진파인 PFLP와 팔레스타인 해방민주전선(DFLP)하와트메派 소속 6명의 집행위원들은 서명반대 勢규합에 진력하고 있다.이들은『당초 이스라엘의 협상안은 점령지 전체의 자치였는데 예리코市 이외의 요르단강西岸이 모두 제외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PNC긴급회의를 소집,아예 PLO 집행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이라크系의 팔레스타인해방전선(PLF),친시리아계의 팔레스타인투쟁전선(PSF),공산당계열의 팔레스타인인민당(PPP)등 PLO내 군소파벌들도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어 자치협약 발효까지도 산 넘어 산이다.
특히 하니 하산.아바스 자키등 아라파트 직계 파타派 집행위원일부도 아라파트에게『東예루살렘등 점령지 전체에 대한 자치와 팔레스타인 국가건설 허용을 이스라엘에 확약받아라』며 이스라엘로부터 결코 받아내지 못할 주문을 하고 있다.
아라파트측이 첫단계를 넘어 자치지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해도 더 험준한 둘째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점령지내에서 PLO 이상의 세력으로 급성장한 회교근본주의 단체 하마스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하마스는 아랍세속정권들을「회교도들을 이교도에 팔아먹는 走狗」로 파악,이교도보다 아랍세속 정권을 우선 타도대상으로 삼는 중동 회교계의 新과격 논리를 추종,세속적 아랍민족주의가 압도하는 아라파트측과는 이데올로기 자체를 달리하고 있다.
***회교聖戰 선언 하마스와 함께 아라파트가 현재의 자치구도에 서명할 경우 그를 암살하겠다고 선언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총사령부(PFLP-GC),超급진파 회교聖戰,아부 니달이 PLO의 궐석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PLO를 이탈해 결성한 파타혁명평 의회,사이카(SAIQA)등 다른 反PLO조직도 제한된팔레스타인 자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美國의 진정한 의도가 PLO를 통해 중동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면 東예루살렘 점령지 전체의 자치 또는 팔레스타인국가 허용등 보류된 카드를 早期에 내보이고 경제지원을앞당겨 옹색해진 PLO의 입지를 넓혀줄 필요가 있다.
〈李己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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