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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민자의원 5∼7명” 소문무성/공직자 숙정바람 어디까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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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미 등록재산 훑어… 사퇴등 속결/청와대선 「표적사정」 우려 뒷조정.각 부처간 형평고려 총리실서 총괄
대숙정이 시작됐다. 청와대비서관이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봉화」가 오른 셈이다. 지난 봄 김영삼대통령의 재산 공개로 공직자들의 사퇴 파문이 이어졌었다. 이번에도 출발은 청와대다.
청와대 사정팀은 이미 공직자들이 등록한 재산을 한차례 훑었고 장·차관들에 대해서는 국세청 등에 실사도 지시해놓았다고 한다. 따라서 탁부수술 작업이 사퇴권유나 인사조치·형사고발 등으로 곧바로 단행될 전망이다.
○“우리 식구부터”
○…청와대의 사정의지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충분한 소명이란 꼬리를 달면서도 『부도덕한 부는 개혁차원에서 시정되어야 한다』며 일찌감치 태풍의 방향을 예고했다.
사정관계자들의 목소리에도 공통점이 있다. 『부가치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많다는 이유만으로 몰아쳐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있지만 결론은 『의혹이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부처중 가장 먼저 문제 식구를 잘라냄으로써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재산이 공개되자마자 신문지상에 떠오른 박노영(치안)·정옥순(여성) 비서관에 대해 두둔도 변병도 하지않고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비서관에 대해선 『등록당시부터 규모·내용에서 문제의 냄새가 풍겨 조치하려고 했으나 8∼9일 경찰인사가 있어 미루어왔다』(한 고위관계자)고 할 정도로 일찍 선을 그어버렸다.
절대농지 편법구입·위장전입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있는 정 비서관에 대해선 일부 동정의 시선이 없지 않으나 처리의 단호함은 마찬가지가 될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는 형식적으론 사정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탁부정리에 대한 사회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만큼 뒷조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가 깃발을 들고나서면 오히려 「불안」쪽을 부채질 할 뿐 아니라 의도사정이라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
청와대의 이런 정서는 사정체계구축과정에 잘 나타나 있다. 처음에는 대통령특명으로 검찰·국세청·은행감독원 등으로 특별대책기구를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됐으나 부작용을 고려해 총리실로 넘겨버렸다.
물론 부동산 거래상황·불법혐의·예금계좌의 조사 등 실질작업은 검찰·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담당하도록 했다.
○「비공개」도 조사
○…장·차관급 이미 청와대주도의 검토작업이 끝난만큼 총리실에선 각부처 감사관실을 동원,주로 1급이하쪽에 초점을 맞추며 1차로 공개대상자에 대한 선별 작업이 끝나면 비공개대상자도 조사할 방침이다.
작업은 우선 서류 심사로 시작한다. 관보로 공개된 서류가 아닌 진짜 등록서류를 보면 대개 축재과정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의심나는 곳은 국세청 등에 조사도 의뢰한다. 그러나 이미 청와대에서 기본적인 명단 작성은 마쳤다는 말도 있다.
숙정대상자는 각 부처간에 형평이 이루어지도록 총리실 중심으로 조정한다. 이렇게 해서 명단이 작성되면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준 뒤 자진 사퇴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거부할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태풍전야와 같다. 겉으론 조용하지만 곧 휘몰아칠 사정회오리의 방향과 강도를 점치며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
국회윤리위는 성실신고 여부만 심사하겠다고 밝혀 재산의 형성과정이나 지난봄 재산공개와의 차이(특히 지난 공개에서 누락됐던 부분)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야의원들은 윤리위와 별도의 차원에서 실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으며 여론의 흐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부자가 많은 민자당주변에선 부정축재·재산은닉·탈세혐의로 문제되는 의원이 5∼7명선에 이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김종필 대표위원의 9일 주례회동에서도 이들 문제의원에 대한 처리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군·관계 출신 중 거부 ▲1차공개때 재산목록누락 ▲금융재산 신고누락의원들 쪽에 시선이 쏠리며 P의원과 사업가 K의원,관료출신인 K·C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징계대상이면 탈당권유보다 강력한 의원직 사퇴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느긋한 것은 일단 재산액수가 적어 여론의 질타를 적게 받기 때문이다. 또 지난봄 재산공개에서 소상히 공개해 「은닉」 혐의 등이 거의 없다는 자신감도 있다.
물론 일부 자산가들중 재산공개거부권을 가지 아들이나 부모명의로 재산을 축소했거나 재산을 이용해 공개를 기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없지않다. 그러나 대개가 「합법적인 축소」이지 「부도덕한 은닉」은 아니라는 상대적인 도덕성의 우월감도 있다.
정치권의 근심을 더하는 것은 재산실사중 마감되는 가·차명예금의 실명전환이다. 수십억원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예금을 한푼도 신고하지 않은 의원만도 50여명에 이르는 사실에서 짐작되듯 몇몇 재산가들은 가·차명예금이나 CD 등을 상당액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추적 돌풍
이러한 금융자산이 재산신고당시까지만 해도 짐작하지 못했던 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드러나게 생긴 것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K모의원의 가·차명 예금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앞으로 남은 한달동안 아무리 잘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의원들의 경우 정치적 경쟁자들이 많아 각종 제보나 투서들을 통해 돌발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에 근심은 더욱 깊기만 하다.<김진국·김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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