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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혁칼럼>조정력부재의 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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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온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韓醫-藥師간의 분쟁이라든가날로 심각해지는 각종 집단 이기주의현상을 보면 이 나라에 과연사회적 설득력.調停力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벌써 반년넘게 계속되는 韓-藥분쟁은 결국 3천명 가까운 韓醫大生의 집단留級이라는 지극히 불건전한 상식밖의 불상사를 초래했고 문제해결책으로 나온 보사부의 약사법개정안이 오히려 起爆劑가되어 양측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전국 곳 곳에서 쓰레기소각장.매립장마다 반대 시위에 봉착해 있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원자력 관련 시설등도 몇해동안이나 대상지를 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이하고도 유감스러운 일은 우리 사회가 이런 사태의 악화를 뻔히 보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막아볼 어떤 뚜렷한 노력도,효과적인 衆智규합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집단적 갈등은 날로 늘어나고 첨예화해가는데 이를 중재.설득.調停.수습하는 전체사회의 능력은 과거나 지금이나 보잘것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이래서야 국민적 단합을 통한 제2의 도약이나 新韓國건설이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난 반년간의 韓-藥분쟁 과정을 보면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밑천」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정부도,政治圈도,사회 각계도,분쟁 당사자들도 상식적으로 요구되고 기대되는 최소한의 대응 노력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전문적 識見 이나 경험을못 가진 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대응 움직임은 있었어야 상식이고 정상일 것이다.
먼저 수습의 중심 역할은 당연히 정부몫인만큼 정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쁘게 뛰고 분쟁 당사자들에 대한 집중적 설득.중재.협상테이블 마련등을 시도했어야 했을 것이다.정부가 가진 그힘과 영향력 동원은 물론 매스컴을 위시한 사회의 각 요소를 직.간접으로 동원해 분쟁 종식의 압력을 가중시키고 무엇보다 시간이 늦어지면 3천명의 집단유급이라는 大型 불상사가 눈에 보이는만큼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피하는 조치만은 강구했어야 했을 것이다.이런 집중노력을 통해「잠정휴전 」정도는 이끌어냈어야 정부체통이 섰을 것이다.
다음으로,이런 일이 터진 이상 국회와 정당들도 분주하게 움직였어야 정상일 것이다.정당들은 재빨리 이 문제를 懸案으로 받아들여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짜야했고 국회 보사위가 연일 열려 더러 深夜회의도 하는게 당연했다.국회에서 격론이 벌어지면 분쟁당사들도 일단 행동을 멈춘채 국회를 쳐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사회의 각계元老.醫藥관련 중진.각종 사회단체등에서도 걱정의 움직임이 당연히 나왔어야 했다.「어떤 일이 있어도 대량留級은 안된다」「서로 양보하라」는 무게있는 소리가 신망있는 元老.重鎭들의 입에서 나오면서 분쟁종식의 압력이 가 중됐어야 했을 것이다.
끝으로 분쟁雙方진영 내부에서도 대결 일변도로 가는 투쟁노선에대한 반성과 懷疑의 少數발언이 표출됐어야 옳았다.「이러다간 양쪽 모두 패배밖엔 없다」「우리끼리 타협해보자」는 소리가 조심조심 나왔어야 하지 않은가.
이런 네갈래 정도의 대응은 당연히 있었어야 했는데 실상은 어떠했는가.
정부는 바쁘게 보이지도 않았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중재.調停을 위한 집중적 노력도,정부가 가진 힘과 수단의 효율적 동원도 볼 수 없었다.고작 공청회를 열었지만 분쟁 당사자들에게 舌戰무대만 제공했고 양쪽 눈치를 살피는「無대 책의 표류」만 해왔다.효과적인 정부내 팀플레이 한번 없이 속수무책으로 대량留級을 방치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政治圈쪽은 더욱 한심했다.자기네 黨舍앞에서 연일 데모가 벌어지는데도 黨으로서 고민하는 모습도,대책없는 정부를 질타하는 모습도 제대로 한번 보여주지 않았다.어느 黨대표는 대책이 없는줄뻔히 알면서도 보사부에 고작 전화 한번 걸었고, 출입하는 간부들은 시위대를 피해 옆문을 이용했다던가.국회도 본격적으로 다룬일이 없었다.분쟁 당사자들이 지켜볼 격론이나 深夜회의 한번 없었다. 元老그룹의 不在 또는 無能 역시 또 한번 확인된 셈이다.大小행사에 高姓大名을 날리는 자칭 他稱 元老들이 다수 계시지만 이번 경우 그분들 역시 말이 없고 힘이 안됨이 드러났다.
그리고 분쟁 당사자들에게서도 기대할 만한 自救的 요소를 볼 수가 없었다.韓醫師나 藥師라면 다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직업인들로 이 사회의 도덕과 양식을 지탱하는 유력한 중산층들이다.아무리 業權다툼이라지만 자기들 문제로 온국민과 나라를 걱정시키는 이런 사태가 되도록 내부에서 독자적 수습론.반성론 한가닥 나오지 않은 것은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니다.
***指導力의 새 開眼절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전문화.分化는 촉진되고 利害충돌은 多發化.多岐化하는게 불가피하다.그것을 적절히 설득.調停.수습할 능력이 있어야 사회의 건강과 발전이 가능해진다.이런 설득과 조정을 기다리는 문제는 산적해 가는데 이번韓-藥갈등의 例에서 보듯 지금 정부도,政治圈도,민간분야의 능력이나 당사자들의 행동양식에서도 우리는 기대할 만한 사회적 說得力.調停力을 갖지 못하고 있다.우리사회의 指導力의 한계를 보는느낌이다.司正과 철거등의 결단은 쉽다.그러나 진정한 지도력은 설득하고 중재하고 갈등을 푸는 능력이다.이런 문제에 대한 한 차원 높은 開眼이 절실하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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