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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락·은닉재산 속속 노출/공직자 제2사정 회오리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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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변호사경력 법관 재력막강/부동산만 53건 추가되기도/의원 1차보다 40억이상 증가 10명/학원재벌 출연재산등 포함 안돼
공직자 재산공개와 함께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고 있거나 1차 공개에서 누락·은닉했던 재산들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에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청와대가 10억원이상 재산보유 공직자에 대한 실사입장을 강력 내비치고 있고 국민들의 시선도 그만큼 곱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1차 공개때 없었던 목록이 추가된 공직자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1차 때의 재산과 차이가 많이 나는 의원들중에는 박규식·조진형·김동권·김진재·이명박·남평우·노재봉·정호용·김영광(민자)의원,김용환·김복동(국민)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엄청난 액수의 부동산을 새로 신고,지난번 재산 등록때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출신인 금진호·정상천·강우혁·나웅배·이승윤·김영진·서정화의원(민자) 등도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인 것으로 드러나 재산형성 과정과 부동산 투기여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산공개로 가장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사법부를 꼽을 수 있다. 정치권이나 장·차관 등과는 달리 최초로 공개된 것인데다 일부 법관들은 부동산 알부자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덕주 대법원장은 인천과 수원·용인·평택 등 9개지역에 20억3천여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김철환 인천지법원장도 등록 부동산이 79억여원에 이른다.
변호사 활동경력이 있다고는 하나 이러한 현상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병채재판관 36억원,최광율재판관 32억원,김진우재판관 31억원 등 평균 19억7천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장·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 공개된 1급이상 고급공무원의 경우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온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실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의 경우 박양배 제주청장의 29억9천만원을 비롯해 박노영치안감 28억9천만원,김효은청장 25억5천만원 등으로 15억원을 넘는 사람만 5명이 나왔다. 평균 10억4천만원으로 예상을 훨씬 넘는 규모다.
김광득 해운항만청차장은 76억6천만원,홍철 건설부 기획관리실장 41억1천만원,김형회 철도청차장도 36억2천만원 등으로 상위권에 들어 있다.
직업외교관 중에서도 상당한 재산가가 적지 않아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환 주그리스대사 54억2천만원,박주길 외교안보연구원장 50억4천만원,김기수 본부대사 35억4천만원 등으로 나타나자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부동산 추가 신고◁
김동권의원(민자·경북 의성)은 지난번 등록때 들어있지 않았던 빌딩·대지·임야 등 1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슬며시 끼워넣었다. 또 정호용의원(민자·대구서갑)은 대구시 황금동의 대지 1백69평(7억3천만원)이 새로 포함되는 등 재산총액이 1차때보다 68억원 늘어났다.
박규식의원(민자·경기 부천남)은 지난번 62억원에서 2백23억9천만원의 거액으로 불어났는데 본인재산도 39억원에서 1백6억원으로 급증.
박 의원의 경우 특히 부동산이 본인소유 49건,부인소유 15건,장남소유 20건,차남소유 10건,소송계류중이나 실제 관리중인 것 8건 등으로 모두 1백2건으로 신고.
그러나 지난 3월 공개내용에는 이들중 본인 13건,부인소유 13건,장남소유 16건,차남소유 7건 등 모두 49건만 신괴돼 이번에 무려 53건을 새로 추가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측은 이에 대해 『성실신고하기 위해 상속받은 땅 등 작은 물건까지 세세히 신고하다보니 물건이 늘었다』고 설명.
남평우의원(경기 수원 권선을)은 1차공개 당시 경기 용인에서 논 9백24평방m(2천9백만원)만을 신고했으나 이번에는 용인의 대지 2천여평방m(13억7천만원)와 또다른 논 7백평방m 및 하천 1백평방m(3천여만원)를 슬그머니 포함.
남 의원은 특히 부인명의의 용인볼링장(1억9천여만원)을 지난공개때 「누락」시킨 것으로 밝혀졌으며 본인 명의의 경인일보 주식도 1차 6만5천주(6억5천만원)에서 17만2천주(17억2천만원)로 늘어났으나 비고란에서 『지난 7월8일 신규취득한 것』이라고 주장.
김채겸의원(민자·경남 울산군)도 지난번 38억1천5백만원에서 78억9천2백만원으로 꼭 2배 늘었는데,서울 역삼동 725 등 7백평방m 16억원 상당의 땅이 새로 신고되고 이미 신고했던 역삼동 769의 땅도 16억원에서 32억원으로 두배 늘어난 금액으로 신고했기 때문.
김영광의원(민자·송탄­평택시)은 지난번 29억9천만원에서 84억원으로 껑충 뛰었는데 부인소유재산이 54억원(지난번 17억원)으로 늘어났고 이중에는 제주도땅 7필지가 끼여있어 구설수.
나웅배의원(서울 영등포을)은 지난 공개때는 산입되지 않았던 본인예금 1억6천5백만원과 부인(1억6천만원)·장남(1억원)의 예금 등이 새로 포함됐고 차남의 인천시 계산동 임야(2억원)도 새로 등장.
나 의원은 특히 지난번 서울 서초동 1571의 17에 11억9천여만원 상당의 「사무실」을 보유한 것으로 모호하게 신고했다가 이번에는 1571의 17 및 34소재 대지 7백62평방m에 3천7백35평방m 크기의 빌딩(55억2천만원)을 갖고 있다고 등록.
▷재산축소◁
반면 지난번에 1백29억6천만원을 신고했던 정재문의원(민자)은 땅부자인 부친 정해영 전 국회 부의장의 재산을 빼는 바람에 51억6천만원으로 줄었다. 또 지난번엔 부동산에 대해 시가를 적용,총재산을 1백23억5천만원이라고 공개했던 송두호의원(민자)은 이번에는 공시지가로 계산했기 때문에 재산이 82억4천4백만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원의 경우 서울에서 서민들을 상대로 벌집임대법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던 이경재의원이 63억6천만원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인재산에 합산되지 않는 비영리법인에의 출연재산을 합칠경우 김인곤·신진욱의원 같은 이들이 단연 부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원재벌인 김 의원은 개인재산은 7억1천만원에 불과하니 학교법인 광주 인성(인성고)·호심(광주대)학원과 재단법인 호심장학회에 출연한 돈은 시가로 1천60억3천만원에 달해 엄청난 재력을 과시했다.
또 개인재산을 16억5천만원이라고 공개한 신 의원은 이번에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으나 지난번에는 학교법인 협성교육재단·사회복지법인 에덴원(고아원)에 각각 약 1백50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었다.
이밖에 무소속의 임춘원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번 재산공개때 비영리법인 등에의 출연재산을 밝히지 않은 바람에 물의를 빚어 결국 민자당을 탈당했던 임 의원은 이번에는 비영리법인과 관련회사의 출연액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의료법인 세림간호병원과 재단법인 한림장학회에 64억9천만원을,주식회사 세림(군산관광호텔)과 삼학산업 등 비영리법인 관련회사에 1백21억2천만원을 출연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개인재산 31억1천만원을 합칠 경우 임 의원은 모두 2백17억3천여만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신성호·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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