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국경삼천리를가다>5.자동차 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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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韓-中國,러시아-中國등 3국간 국경지대에서는 최근 변경무역이번성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밀수행위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이들 국경지대에서는 북한이 외제 중고 승용차를,러시아가 자국산 새차를 대량으로 중국에 밀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러시아 국경지대에서는 변경무역상사원과 보따리장수등을 상대로 금품을 강취하고 살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총기류까지 중국으로 밀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자동차밀수는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의 지방정부 당국자들과 짜고 경제개방이후 승용차를 갖고 싶어하는 신흥 부자들이 많아지는등 중국내의 승용차 수요가 급증한데 비례해 성행하고 있다. 북한의 자동차밀수 루트는 중국의 遼寧省.吉林省.黑龍江省등 東北 3省으로 연결되는 北-中國국경 두만강과 압록강변에 있는 10개의 통상구 가운데 북한의 남양시~중국의 도문시,회령시~삼합,노덕리~남평,무산시~숭선,신의주시~단동시등 5개 의 통상구였다. 北-中국경지대에서 만난 중국의 자동차 중간상에 따르면 북한에서 이들 통상구를 통해 중국으로 밀수출되고 있는 승용차는하루평균 2백여대.
차령 10년 안팎의 일제 도요타.혼다자동차가 주종이고 독일의벤츠등 고급승용차(5%)도 끼여있다.
북한이 중국의 자동차상들에게 넘기는 일제 중고차 가격은 대당평균 8천달러선이고 중고 벤츠는 3만~5만달러선이다.
이들 밀수된 자동차는 지방정부에서 번호판이 나오지 않을 경우경찰.무장경찰(국경경비대)등 소속차량으로 등록돼 운행하거나 아예 번호판없이 운행하기도 한다.
길림성의 한 관리는『중국의 동북 3성등 주요도시에서 쉽게 목격할수 있는「GA」(공안)「WJ」(무장경찰)이라고 쓰인 번호판을 단 차량 대부분이 공안당국과 짜고 비공식적으로 나온 것들』이라고 말했다.
만강 상류 중국의 숭선세관앞에서 만난 중국의 한「자동차상」(길림성)은『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북조선에서 들어온 승용차는 줄잡아 10만여대가 넘어 모두 5억달러이상의 이윤을 남겼을 것』이라며『최근 자동차밀수가 북조선의 중요한 달러박스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북조선의 최고위층이 직접 관할하는 대성무역상사가 동.서해 공해상에서 일본의 중고차 상인들로부터 일제 중고차를 대당 3천달러씩,독일차는 2만~3만5천달러씩에「현장박치기」형식으로 사들여 오기 때문에 일본차는 대당 5천달러씩,독일 차는 1만~1만5천달러씩의 이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50대의 중국 자동차상(길림성)은『일본차는 대당 1천~2천달러씩,독일차는 3천~5천달러씩의 이윤을 남기고 있으나 수송비,당국의 접대비용등을 빼면 실제 이윤은 명목이윤의 70%정도』라고 했다.
이같이 북한에서 밀수된 외제 중고차가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새 승용차(독일등과 합작)가대당 3만달러(특별소비세 포함)까지 호가해 일본 중고차를 중국차의 3분의 1가격으로 살수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국 자동차상들의 설명이었다.
『세관에서 자동차밀수를 왜 적발하지 않느냐』고 한 세관 직원에게 물었더니『세관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자동차가 들어오기때문에 세관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두만강 상류(강폭 1백50여m)의 중국의 남평통상구의 어느날오후 6시30분경.
세관앞 강둑과 강가 모래자갈밭에는 30~40대 남자 50여명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이들은 중국 자동차상들로부터 일당 5백元(한화 5만원)씩 받기로 하고 북조선에서 들여온 차를 몰고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운전사들이다.
이들은 달러뭉치를 갖고 북조선에 건너간 자동차상인들이 차를 갖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북한쪽「변경도로」에는 일본의 도요타.혼다등 중고승용차,독일의중고 벤츠등 50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또 중국의 남평을 오가는 도선이 닿는 강가 시멘트 선착장위 5평 남짓한 가건물 주위에는 북한군인 5명이 AK소총을 메고 서 있었다.
한 교포 운전사(36.연길시)는『이 통상구에는 대형 도선이 없어 1대씩 밤새도록 운송한다』고 말했다.
***이 렇게 중국땅에 도착한 승용차는 기다리고 있던 운전사들에게 맡겨져 화룡현.연길시.용정시등지로 옮겨져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남평통상구에서 중국쪽 변경도로를 따라 서쪽 백두산쪽으로 70여㎞ 올라간 崇善鄕(면소재지 규모의 里)통상구의 오전 11시.
중국쪽과 북한쪽 통상구앞 강(폭70m)가등의 모습은 남평통상구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중국쪽 강가에 있던 30대 교포는 북한쪽 변경도로에 있는 60여대의 승용차를 가리키며『저차들은 나룻배로 건너오지 못하고 백두산 쪽으로 5m쯤 올라가 북조선~중국간을 연결하는 도로를 통해 중국쪽으로 운반된다』고 말했다.
해발 1백여m의 백두산 기슭.
자갈위로 졸졸 흐르는 두만강(강폭 2m.수심 10㎝)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간 도로(폭 3m)가 나 있다.
디딤돌을 밟고 강을 건너 북한땅에서 살펴보니 강가 숲속 1천여평 남짓한 빈터(밭을 깎아 만든)에 1백여대의 중고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바로옆 5평남짓한 판자로 지은 건물앞에 AK소총을 멘 군인 5명과 사복차림 3명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한편 중국의 장녕자 통상구등 중국-러시아간 국경지대에서도 러시아의 라다승용차등이 새 차는 대당 3천~3천5백달러선에 중국쪽으로 밀입되고 있다.이들 러시아 승용차는 대부분 중국의 동북3성 각도시에서 택시로 활용되고 있다.
***길 림성의 한 조선족 고위관리는『최근 중국-러시아간 변경무역이 번성해지면서 러시아를 드나드는 보따리장수들이 러시아의범죄단들에게 붙잡혀 희생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지난 1년동안 중-러 국경을 넘어간 중국인 무역상이나 보따리장수 가운데 금품을 노린 러시아 범죄단들에게 권총등으로 살해된 수가 3백40여명(이중 조선족 34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리는 또『최근 이들 범죄단들이 중국인들에게 권총 한자루에 50달러씩 밀매하고 있는등 중-러 국경지대가 우범지대화하고 있다』며 이들 총기류가 東北3省에 흘러들어 올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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