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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실명제 “한파”/매물 자취감추고 매기도 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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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금조사따른 심리적부담 작용/3∼4개월 관망하다 내년초 활기띨듯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부동산 거래는 거의 중단상태에 빠져있다.
건설부 최종수 토지정책과장은 3일 『토지사장은 갈수록 매수세가 약화되는 추세이며 가격도 약보합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주택은 전반적인 거래가 끊겨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동향에 관한 문의가 차츰 늘어나고는 있으나 이는 소형을 중심으로 이사철을 맞은 계절적인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최근의 부동산 경기를 진단했다.
올봄 사정한파로 살얼음이 얕게 깔렸던 부동산 시장은 신경제의 일환인 토지행정규제 완화에 힘입어 부분적으로 기지개를 켜던중 실명제 한파가 몰아닥쳐 빙하를 이룬 상태다.
서울 강남지역을 비롯,전국의 아파트 밀집지역 부동산중개소에는 나와있던 매물조차 매도자들이 거둬들여 잠복하고 있으며 또 조건에 맞는 매물이 나올 경우 계약해달라고 맡겨놓은 5백만∼1천만원정도의 돈이 회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진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야 되는지를 묻는 전화만 간간히 걸려올 뿐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문은 열고 있지만 휴점상태다.
서울 잠원동 충남부동산 대표 이주원씨는 『부동산 거래에 대한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 방침때문에 실수요자들조차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돼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잡지(격주간)인 부동산뱅크의 박종덕 기획과장도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멈춰버린 상태』라며 『실명제의 여파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실수요자조차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있고,사겠다고 계약했다가 해약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분당·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를 비롯,전국의 택지개발지구 땅을 분양하고 있는 토지개발공사에도 매물정보 문의가 뜸해졌다.
토지개발공사 남우규 홍보실장은 『전반적으로 분양 문의전화가 종전보다 절반이상 줄어든 가운데 문의의 대부분이 덩치가 큰 상가보다는 신도시에 수의계약으로 처분하고 있는 소규모 단독택지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달동안의 실명화기간이 지나고 나면 돈이 기존 주택·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으로 서서히 흐를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 및 신도시의 소규모 상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상가와 오피스텔은 아파트·토지에 비해 투기억제 대상이 되지 않는데다 임대수입 등 일정액의 과실을 꾸준히 따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즉,소액을 투자해 가격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챙길수 있고 매달 또는 매년 일정금액의 수입을 별탈없이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휴자금의 안식처로 적격이라는 이야기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구태여 부동산을 현금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토지 소유자들이 땅팔기를 꺼려해 택지 구득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나철균 홍보부장은 『지금도 미분양 아파트가 적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명제 실시로 아파트분양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며 『많은 돈이 필요한 대형평형의 분양이 더욱 힘들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금융실명제 실시직후 많은 사람들은 제도금융권에서 빠져나온 돈이 대표적 실물투자 대상인 부동산으로 몰려 투자가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실명제 실시이후 거래분은 예외없이 자금출처를 조사한다는 방침을 내놓아 아직은 투기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지않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김성배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지하에 숨어있던 돈은 부동산으로 흐르겠지만 토지공개념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격폭등 등 과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에는 제도금융권에서 자리를 잡지못한 자금이 시간을 두고 부동산으로 스며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면 언제부터 부동산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도 시장 기능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것인가.
거래동향을 피부로 감지하는 부동산 중게업자들은 현재의 침체된 매기가 되살아나는 시점을 내년초께로 보고있다.
오는 10월12일까지 어떤 형태로든 실명화 과정을 거친 자금이 3∼4개월동안 관망하다 내년봄 이사철을 앞두고 투자대상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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