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용」아닌 「본고사」 노릇/손질 불가피한 수능시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부분 대학서 전형 주기준 삼아/파행수업·진학포기 부작용 불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년의 연구와 3년의 준비」를 거쳤다는,전혀 새로운 형태의 국가고사가 심지어 『폐지하라』는 주장이 나올만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 시·도교육감 15명은 30일 청와대 면담후 가진 즉석 간담회에서 실시횟수와 시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주장은 수능시험의 본래 취지와 현장교육이 현재로서는 어우러지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새 대입제도를 산고끝에 확정 발표하면서 밝힌 수능시험의 의의는 「고등 정신능력과 대학교육을 받을만한 능력을 갖춘 적격자를 가린다」였다.
○교육계 개선요구
암기위주의 그릇된 교육방식에서 탈피,연령수준에 맞는 사고력과 교과 전반의 통합지식 및 그 원리의 이해를 배양한다는 획기적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소위 「벼락치기」식 공부가 통하지않는 평소실력 측정장치라는 것.
따라서 실시시기를 굳이 고3 전과정을 마친때로 국한할 필요도 없고,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시험횟수도 많을수록 좋다는게 지금까지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같은 이상은 올초부터 「현실」이라는 반발에 부닥치기 시작했다.
가장 근본적인 어긋남은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겠다는 대학이 전국 1백38개중 9개로 크게 준데서 시작됐다.
▲대학별 본고사 ▲고교내신 ▲수능시험 등 세가지 골격으로 이뤄진 새 입시제가 본고사라는 큰 축이 넘어지면서 당초 「입시를 위한 전단계」 「참고자료」 차원으로 계획된 수능시험이 과거의 학력고사처럼 실력측정의 주장치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따라 일선고교와 대입학원은 「모델」도 없는 수능대비에 대혼란을 겪었고 더구나 그 난리(?)를 매년 두번 치르게 된데 따른 엄청난 부담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연쇄부담
부담은 학교·수험생·학부모뿐 아니라 시험주관처인 교육부 및 국립교육평가원도 마찬가지여서 출제와 시험관리,채점에 이르기까지의 인력·예산·위험부담 등이 곧 바로 문제로 제기됐다.
실시시기도 교과과정 완료전인 8월과 11월로 잡혀 시험이후 남은 기간의 본고사대비·조기진학 포기 등 오히려 교육정상화에 역행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말그대로 대학에서의 수학능력만을 측정하는 시험이므로 이·문과를 나눌 만큼 전문성을 띠지 않는다는 취지였으나 특히 1차시험후 이과생에서 유리하다는 판정이 내려져 그동안 거론돼왔던 계열별 분리출제가 심각히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1차시험 전날 오병문장관이 밝힌대로 개선·보완이 일단 불가피해졌다. 본래의 장미빛 의도가 시행상의 부작용에 밀려 큰 손질을 당하게 된 셈이다.
○일부선 유지주장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문제점들이 과거의 학력고사를 대하던 낡은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며 교육 정상화란 대명제를 위해 그대로 밀고가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결국 의도는 살리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선상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로,어쨌든 수험생들도 내년엔 또 다시 바뀐 수능시험을 치를 것같다.<김석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