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체육(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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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희승의 국어사전을 보면 「체육」이란 「건강한 몸을 만들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돼 있다. 「유희·경쟁·육체적 단련의 요소를 지닌 운동의 총칭』을 뜻하는 「스포츠」와 구분하고 있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독재정권의 수법이다.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을 나치정권의 위력을 과시하는데 이용한 사실은 유명하다.
우리도 한때 「체력은 국력이다」는 구호를 신봉하던 시절이 있었다. 군사정권의 독재가 국민을 집단 최면에 거는 수단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서울올림픽에서 일약 6위의 종합순위를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14위를 한 일본이나 28위를 한 스위스 보다 우리의 국력이 더 강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까. 또 그때 1,2위를 차지했던 소련과 동독은 지금 어떤가.
스포츠가 상업화된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광주민주화운동 참극 직후 프로야구가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시 전두환대통령은 각 구단주를 청와대에 불러 △프로야구로 국민들을 즐겁게 할 것 △최단시일안에 성공시킬 것 등을 당부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프로야구를 최대한 지원하라 △TV 중계방송을 골든 아워에 많이 하라 △각 구단이 흑자가 날 때까지 면세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국민 우민화를 위한 3S(섹스·스포츠·스크린) 정책의 하나였던 것이다.
과거 역대 정부의 체육정책은 사실상 엘리트스포츠 진흥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내년도 정부예산만 봐도 엘리트 스포츠 예산이 국민생활쳬육부문의 5배나 된다. 체육진흥기금의 배정액도 42%가 엘리트 스포츠에 배정되고 생활체육에는 엘리트 스포츠의 20%에 그치고 있다.
태능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받고 있는 국가대표선수들이 최근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겉으로는 정부의 체육연금제도 개편이 이유이나 그 불씨는 정부의 엘리트 스포츠지원 축소방침에 대한 불만이라고 들린다. 스포츠 엘리트들이 이룩한 좋은 성적은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영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영예 자체만을 그가 흘린 땀과 인내의 보상으로 알고 만족하라는 주문은 지금같은 물질만능의 세태에서는 무리다. 문제는 다른 분야의 업적에 대한 보상과의 형평이다. 국가재원의 배분에서도 국민생활체육에 대한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 「스포츠」와 「체육」의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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