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알아야 면장..독서열풍 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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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무원들 사이에 독서열풍이 일고 있다.
아침 출근버스 속에서나 근무시간중 짬짬이 책을 펼쳐들고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은 이제 더이상 별스런(?) 일이 아니다. 시사잡지나 신간소설등이 주로 읽히지만 두툼한 전문서적 또는외국의 원서를 들고 있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정보화사회로의 이행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에 적응하기위한 컴퓨터관련 서적과 건강관련 서적이「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서울시청 崔永福투자관리담당관은 요즘 『촌놈 컴퓨터를 배우다』라는 컴퓨터입문서를 읽고 있다.
崔담당관은『행정사무가 모두 컴퓨터화된데다 주요한 자료들이 컴퓨터 파일에 저장돼 있어 이제는 컴퓨터를 모르고서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인사과 李慶均씨는 경영학.노무관리등 얼핏 기업체간부들이나 봄직한 두툼한 전문서적을 독파중이다.
사회전반이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제반지식을 쌓지않고는 과거처럼 感만으로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업무관련 전문지식습득 추세속에 노동부에서는 최근 장관에서 말단직원까지 로버트 라이시 美國노동부장관이 저술한 『국가의 역할』(The Work of Nation) 독서붐이 일고 있다. 李仁濟장관이 직접 실.국장과 과장.계장등에 일독을 권유하고 나서자 직원들은 복사본을 구해 근무시간이나 휴가기간중에도이 책을 끼고살다시피하고 있는 것.
金勳基차관은『이 책은 최근 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보험제도입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인력정책과 근로소득세 경감등을 비롯한 근로복지시책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다양하고도 시사성 있는 사례를 들어가며 명쾌한 논리로 대변하고 있어 유익 했다』고 말했다. 독서붐이 일면서 자연히 장서가도 늘어 서울시청문화재과 金容運문화재2계장은 현재 1만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70년도부터 문화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古書를 주로 취급하는 인사동의 통문관과 교보문고.종로서적등을 훑다보니「古서적상」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金계장은『70년대말 통문관에서 일제시대에 발간된 왕조실록 영인본 62권전편을 발견했으나 4백만원의 거금을 요구해 바로 구입하지 못하고 몇달뒤 어렵사리 돈을 마련해 다시 들렀을 때는 누군가 이미 구입해가버렸던 것이 지금도 몹시 아쉽 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번역출판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 독서붐에 일조하고 있다.
노동부 曺舜文직업안정국장은 최근 한국노동연구원과 협력해 美國라이시장관의 또 다른 저서『미국경제의 제3의 선택』(The Next American Frontier)을 직접 번역 출간,노동부직원들 간에서는 이 책도 필독서로 꼽히고 있 다.
曺국장은 85년 고급공무원 해외연수단의 일원으로 美國을 방문했을 때 이 책의 원본을 입수,지난해말부터 번역작업에 들어가 지난달 완료했다고.
이와 함께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식.단전호흡.수지침등 건강관련 책들이 많이 읽히고 있다.
서울용산구청 李政奎부구청장은 80년도부터 기공학.단전호흡등 책에 심취했다가 요즘에는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단전호흡수련실을 개설,구청직원과 인근 시민등 1백명을 대상으로 직접 지도하고 있다.
서울시 崔伉燾예산총괄계장은 자신의 잔병치료와 긴급상황시를 대비해 수지침독서에 빠졌다가 최근에는 학원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다.
비록 독서붐이 일고있기는 하지만 레저생활에 밀려 독서율은 아직도 낮은 편으로 한달평균 2,3권정도가 고작이다.
서울시교육청 李慶均씨는『종전에는 독서가「취미」항목에 들어갈 정도로 보편화되지 않았으나 최근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학력화되면서 자신의 업무.스트레스해소.건강등을 위해 자발적인 독서가 늘고 있다』며『공공기관내에도 직원들을 위한 도서실확 충과 신간서적 비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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