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산책>K-2TV 트윈픽스 성인프로 시험대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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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KBS-2TV가 토요일 오후11시15분에 방송하는 외화 시리즈『트윈 픽스』는 우리 TV에서 성인용 프로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총 32부작중 현재 9부까지 방송돼 사건전개가 본궤도에 이르고 있는 이 프로는 방송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광란의 사랑』으로 90년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데이비드 린치감독의 TV시리즈물로 91년 미국 ABC-TV 방송 당시 3 3%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히트작이란 점에서 화제가 됐고,불륜.매춘.마약등 우리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점철되는 외화를 공영방송에서 방송한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거리였다.
현재 심야시간대에 15~1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적잖은 시청자들이 토요일 밤을 밝히고 있다는 얘기다.이 외화는상반된 두갈래 시각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하나는 방송전부터나왔던「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고,다른 하나는 원작의 훼손이 심해 작품성을 해친다는 비판이다.
『트윈 픽스』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은 어찌보면 당연하다.이 외화의 이야기 구조가 한 여고생의 피살에서 출발,수사관의 추적을 통해 그 배후의 퇴폐.광기.음모등 온갖 추악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미성년자의 불륜과 매춘.마약.살인등 TV에 서 보여주기껄끄러운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트윈 픽스』는 소재가 비윤리적인 것일지라도 저열한 재미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그렇다고 편안한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다.
이 프로의 묘미는 오히려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야기 전개와 파격적 인물,그리고 뛰어난 영상구성과 음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그 배후에는 뒤집힘의 논리,우리 TV에서는 보기 힘든 일상을 깨뜨리는 도전적 주제및 이야기 전개방식이 있다 .
다른 비판은 바로 이 비윤리성 비판 때문에 나오고 있다.이런비판을 받고 있는 방송사가 문제장면의 삭제뿐 아니라 각색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것은「한국판 트윈 픽스」라는 주장이다.실제로 주인공 로라등 많은 인물이 고교생 에서 대학생으로 바뀌어 있으며,매춘굴「애꾸눈 잭」장면은 아예 삭제되고 있다.매회 3~4분 삭제는 다반사여서『이해가 안된다』는 시청자의 항의도 적지않다고 한다.
비디오로도 나와 있는 프로를 KBS가 각색을 하면서까지 방송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이 프로는 심야시간대 진지한「성인용 프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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